‘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후보’라는 영문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박인비(36)는 선수촌 곳곳을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필드 위에서처럼 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은 채 박인비는 유권자인 선수들의 마음 얻기라는 또 하나의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건네는 말을 듣던 세계 각국의 선수들도 박인비를 향해 응원의 뜻을 보냈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파리올림픽 선수촌에서 만난 박인비는 “올림픽 경기를 앞두고 집중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거는 게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틈새를 잘 공략해서 선수들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금메달), 2021년 도쿄올림픽에 2회 연속 출전했던 박인비는 이번엔 선수위원 후보로 파리 무대를 밟았다. 전 세계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투표로 뽑는 선수위원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임기가 끝나는 유승민(대한탁구협회장)과 앞서 선수위원을 지냈던 문대성(세계올림픽태권도연맹 이사장)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 선수위원을 노린다. 전체 32명의 후보 중 29명이 남은 가운데 4명만이 선수위원으로 선발된다. 투표 결과는 다음달 7일 발표된다.
23일부터 본격 유세를 시작한 박인비에게 든든한 응원군이 있다. 바로 배 속에서 7개월째 자라고 있는 둘째 ‘앙앙이’다. 첫 딸 남인서 양이 좋아하는 캐릭터 이름에서 태명을 따왔다. 박인비는 “아무래도 혼자일 때보다 컨디션도 좋지 않고 몸도 무겁지만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와 함께 선거 유세를 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선수위원으로서의 각오도 박인비의 이런 고민과 맞닿아있다. 박인비는 “무엇보다 선수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힘쓰고 싶다. 특히 나와 같은 엄마 선수들이 계속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녀 참가자의 비율이 50%로 균형을 이룬 이번 대회에는 선수촌에 처음으로 어린이집 시설이 마련되기도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만 해도 클럽하우스나 그 근처에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는 걸 유승민 위원께 말씀드렸는데 이번에 선수촌에서 볼 수 있게 돼 반가웠다”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골프 선수로서 첫 선수위원에도 도전한다. 골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당시 112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복귀했다. 이번 후보 중에서도 유일한 골프 선수 출신인 박인비는 “올림픽 종목이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골프 선수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인비는 혼성 경기 신설 등 올림픽에서 보다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약속하기도 했다.
후보 소개 자료에 자신을 표현하는 세 단어로 열정(passion), 탁월함(excellence), 존중(respect)을 선택한 박인비는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그들을 존중하면서 열정적으로 잘 보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래 세대의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내 의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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