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기자회견서 울산-K리그 팬들에 사과
“약속 어긴 것에 책임감… 비난 겸허히 수용
브라질 월드컵 실패 인정… 이번엔 다를 것”
“울산 그리고 K리그 팬들에게 깊은 용서를 구하며 어떤 질책과 비난도 받아들이고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새 사령탑 홍명보 감독(55)은 2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직후부터 자신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팬들에게 사과한 것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 울산을 이끌던 홍 감독은 13일 대표팀 감독에 공식 선임됐다. 앞서 ‘대표팀 감독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여러 번 말했던 그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자 울산 팬들은 감독이 시즌 도중 팀을 버리고 떠났다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팬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에 한없는 책임감을 느낀다”라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겸손한 자세로 듣고 한국 축구가 전진할 수 있도록 내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가 후임으로 외국인 지도자를 최우선으로 알아보겠다고 발표했다가, 돌연 방향을 틀어 홍 감독을 선택한 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일부 축구인과 팬들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홍 감독은 자신이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에 대해 “기대 대신 우려와 비판 속에 출발하게 돼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서를 받는 방법은 대표팀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성공으로 보답하는 길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A대표팀 사령탑을 처음 맡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성적을 두고 실패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가 내게는 좋은 경험이 됐다”라면서 이번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 홍 감독은 자신이 잘 아는 선수만 뽑아 경기에 투입했다가 졸전을 펼쳤다는 의미로 ‘인맥 축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홍 감독은 “그때는 K리그 선수들을 자세히 알지 못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를 뽑지 못했다”라면서 “지금은 울산 감독을 3년 넘게 지냈기 때문에 (K리그 선수 중) 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의 이름이 머릿속에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홍 감독은 9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첫 경기를 치른다. 9월 2일 대표팀이 소집되는데 홍 감독은 손흥민(32)에게 주장을 계속 맡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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