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대신 태극마크를 선택한 허미미(22)가 금메달 문턱에서 무너졌다. 대신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유도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허미미는 30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여자 57㎏급 결승에서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와 6분35초 동안 골든스코어(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반칙패를 당했다. 유도에서는 한 선수가 '지도'(옐로 카드) 3개를 받으면 반칙패로 승부가 끝난다.
데구치는 허미미가 올해 5월 세계유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물리쳤던 상대다. 당시에는 데구치가 지도 3개를 받아 허미미가 반칙승을 거뒀는데 이번에는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 캐나다인 아버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데구치도 허미미처럼 일본에서 유도를 배운 선수다.
허미미는 이날 8강에서 그 전까지 맞대결 전적 3전 전패였던 르하그바토고 엔흐릴렌(26·몽골)을 물리치며 준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준결승에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챔피언 하파엘라 실바(32·브라질)를 골든스코어(연장전) 끝에 꺾고 결승 진출권을 따냈다. 한국 여자 유도 선수가 올림픽 결승에 오른 것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정보경(48kg급) 이후 8년 만이었다.
한국 국적의 아버지와 일본 국적의 어머니를 둔 허미미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6세 때 유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를 따라 운동을 시작했다.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에서 우승하며 ‘유도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고 2019년에는 한국 전국청소년유도선수권대회에 재일교포 선수로 출전해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도 주목 받는 유망주였던 허미미는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미미가 꼭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남긴 유언에 따라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허미미는 “우리 할머니는 유도 경기 때마다 응원 와준 늘 친절한 분이셨다”고 말했다.
허미미는 실업팀 경북체육회 입단 과정에서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허미미는 지난해 자신의 생일(12월 19일)을 앞두고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일본 고교 랭킹 1위에 올랐던 친동생 허미오(20)도 경북체육회 소속 유도 선수로 뛰고 있다.
2022년 태극마크를 처음 단 허미미는 한국에는 거주지가 따로 없어 대표팀 일정이 있을 때는 진천선수촌과 호텔을 오가며 생활했다. 허미미는 “(체력 훈련 때문에) 진천선수촌에서 매일 오전 5시 반에 일어나는 게 처음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허미미는 틈틈이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학업도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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