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女경기 출전 ‘남성 염색체’ 복서 논란에 “성별은 여권 따라 결정”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스포츠 즐길 권리 있어"
"IOC, 두 선수가 받고 있는 학대에 대해 슬퍼"

ⓒ뉴시스

‘XY 염색체’를 가진 여자 복싱 선수 2명이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성별 논란이 인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성별 기준을 염색체가 아닌 여권에 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IOC는 2일(한국시각) 공식 성명을 내어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스포츠를 즐길 권리가 있다”며 “파리올림픽 복싱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의 자격 및 참가 규정과 파리 2024 복싱 유닝(PBU)이 정한 모든 해당 의료 규정을 준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IOC는 “이전 올림픽 복싱 대회와 마찬가지로 선수 성별은 여권에 따라 결정된다”며 “이 복싱 규칙은 선수들의 준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올림픽 경기 간의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IOC는 이 같은 복싱 규칙이 지난해 유러피언게임, 아시안게임, 팬아메리카게임 등 전 세계 복싱 대회와 올림픽 예선 대회에도 적용됐다고 전했다. 또 이를 통해 172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복싱 난민팀, 개인중립자격선수(AIN)소속 등 1471명이 2000회 이상의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이 같은 IOC의 성명은 이번 올림픽에서 성별 논란을 겪고 있는 이마네 켈리프(26·알제리)와 린위팅(28·대만)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나온 것이다.

앞서 켈리프는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을 몇 시간 앞두고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를 넘겨 실격 처리됐다. 같은 대회에서 린위팅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동메달을 박탈당했다.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국제복싱협회(IBA) 회장은 “이들이 DNA 검사 결과 XY 염색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경기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IOC가 “두 사람은 IOC의 모든 규정을 준수했다”며 “파리 올림픽에 정상 출전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특히 켈리프가 전날 프랑스 파리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복싱 66㎏급 16강에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26)에 기권승을 거두며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당시 카리니는 켈리프에게 두 번의 펀치를 맞은 후 1라운드 46초 만에 기권했다. 경기 후 카리니는 “이런 펀치를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그의 모국인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도 “이 경기는 대등한 조건에서 치러지는 경쟁이 아니었다”고 켈리프의 출전을 허용한 IOC를 비판했다. 특히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남성 유전적 특성을 가진 운동선수는 여성 경기에 참가할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IOC는 두 선수의 자격 논란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IOC는 성명에서 “우리는 보고서에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두 여성 선수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봤다”며 “이 두 선수는 2020 도쿄 올림픽, 국제복싱협회(IBA) 세계 선수권 대회 및 IBA 승인 토너먼트를 포함해 여성 부문에서 다년간 국제 복싱 대회에 참가해 왔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두 선수는 IBA의 갑작스럽고 임의적인 결정의 희생자였다. 모든 규정 변경은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IOC는 두 선수가 현재 받고 있는 학대에 대해 슬퍼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린위팅은 202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켈리프도 같은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특히 이들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도 정상 출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