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종(24)이 한국 남자 유도 무제한급(100㎏초과급)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은메달을 땄다. 파리 올림픽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도 스타 테디 리네르(35)와의 명승부 끝에 한판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57㎏급 허미미(22)에 이어 한국 유도 두 번째 은메달이다.
김민종은 이번 은메달로 역대 한국 남자 무제한급 최고 성적을 거뒀다. 기존 최고 성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조용철(현 대한유도회장)이 딴 동메달이다.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김민종은 3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결승에서 프랑스의 리네르(세계 7위)에게 허리후리기 한판패했다. 경기 중반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으나 한순간에 흐름이 넘어갔다. 2012년 런던 대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2연패의 주인공이자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11회 우승(개인전 기준)에 빛나는 리네르는 자신의 세 번째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네르는 올림픽 개회식 때 프랑스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인 마리조제 페레크(56) 성화 점화자로 나서기도 했다.
프랑스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김민종은 이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리네르에 대한 높은 관심에 이날 경기는 유도로는 이례적으로 ‘하이 디맨드 이벤트(High Demand Event)’로 분류되기도 했다. 리네르(키 203㎝·몸무게 140㎏)는 김민종 183㎝, 130㎏)보다 키가 20㎝ 더 크고, 몸무게도 10㎏나 더 나간다. 김민종은 앞서 준결승전에서 일본 유도 영웅 사이토 히토시의 아들인 사이토 다쓰루(22·세계 6위)를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꺾었다.
3남 1녀 중 둘째인 김민종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어 유도계에선 ‘마장동 정육점 둘째아들’로 불린다. 어려서부터 풍족하게 고기를 먹고 자란 김민종은 무제한급 선수치고는 작은 축에 속하지만 벤치프레스 최대 중량(1회 기준) 190㎏, 스쾃 260㎏를 들 정도로 괴력의 소유자다. 2022년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수들의 팔씨름 대회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을 꺾고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무제한급 선수로는 드물게 업어치기를 주특기로 삼고 있기도 하다. 순발력과 탄력이 뛰어나 상대 힘을 이용해 메치는 데 자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민종은 3년 전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도쿄 대회에서 김민종은 첫 경기(16강)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따낸 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위대함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자신의 좌우명대로 김민종은 한 걸음씩 나아가 끝내 값진 은메달에 이르렀다.
한편 같은 날 열린 여자 무제한급(78㎏초과급)에서는 김하윤(24)이 동메달을 땄다. 김하윤은 튀르키예 대표 카이라 오즈데미르(36)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안다리걸기 절반에 이은 누르기 절반으로 한판승을 거뒀다. 이 체급에선 2000년 시드니 대회 김선영(동) 이후 24년 만에 메달이 나왔다. 3일 경기로 개인전 일정이 종료된 가운데 한국 유도는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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