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적힌 응원기 뺏긴 대만 관중…라이칭더 “더 크게 외쳐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4일 14시 52분


2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경기장에서 안전 요원이 “대만 파이팅”이라고 적힌 대만 섬 모양의 초록색 응원기를 들고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고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2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경기장에서 안전 요원이 “대만 파이팅”이라고 적힌 대만 섬 모양의 초록색 응원기를 들고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고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프랑스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경기장에서 2일(현지 시간) 한 대만 여성이 올림픽 공식 명칭인 ‘차이니스 타이페이’가 아닌 ‘대만’이라고 적힌 응원기를 흔들다 보안 요원에 의해 제지 당했다. 또 이 과정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응원기를 뺏기는 일도 벌여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측은 이에 대해 “공식 국기와 명칭 외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물품은 경기장 반입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반면 대만 외교부는 “응원기를 강제로 뺏는 비열한 수법은 폭력적일 뿐 아니라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과 홍콩 밍보(明報) 등에 따르면 대만 선수들이 출전하는 남자 복식 준결승 경기가 열리던 2일 관중석에서 프랑스 유학생인 대만 여성이 한자로 ‘타이완 파이팅’이라고 쓰여진 응원기를 꺼내들었다. 응원기는 대만 섬 모양이었고,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의 색깔인 초록색으로 만들어졌다.

사건 발생 당시 대만의 리양·왕치린 선수가 남자 복식 준결승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잠시 뒤 경기장 보안 요원이 그에게 다가가 체육관 뒤쪽으로 이동해 줄 것으로 요청했지만, 그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때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동양인 남성이 그녀의 응원기를 낚아채 구겨뜨린 뒤 황급히 자리를 뜨려다가 보안 요원과 다른 관중들에 의해 붙잡혔다. 소셜미디어에는 보안 요원들이 다른 관중에게서 영어로 ‘타이완(Taiwan)’이라고 써 있는 응원기를 강제로 뺏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다.

2일(현지 사간) 프랑스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경기장에서 빨간 모자를 쓴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대만 파이팅’이라고 적힌 녹색 응원기를 빼앗아 달아나려고 하고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2일(현지 사간) 프랑스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경기장에서 빨간 모자를 쓴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대만 파이팅’이라고 적힌 녹색 응원기를 빼앗아 달아나려고 하고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올림픽 규정에 따르면 대만은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만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가하며, 대만 기가 아닌 ‘중국 올림픽 위원회 깃발’을 사용해야 한다. 또 경기장에는 선수들이 소속된 국가의 국기나 관련 물품만 반입 할 수 있고, 그외 정치적 내용이 포함되거나 공공질서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물품은 금지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마크 아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도 3일 기자회견에 “올림픽 경기장 입장 조건은 각 티켓에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대만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올림픽 기간 동안 악의적인 사람들이 대만을 응원하는 도구를 함부로 빼앗으려는 잔인하고 비열한 수법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폭력적인 행위는 올림픽 정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해당 관중들이 올림픽 공식 명칭이 아닌 ‘대만’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대만이 새겨진 물품을 금지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없고, 이에 대해 IOC와 소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독립 성향인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도 논란에 가세했다. 그는 3일 소셜미디어에 응원도구 압수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며 “IOC 규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들이 대만 출신임을 전 세계가 알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우리가 단결하고 두려움이 없다면 세계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세계가 계속 볼 수 있도록 우리의 이름을 크게 외쳐달라”고 독려했다.

#대만#타이완#중국#대만 관중#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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