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안바울 드라마’ 혼성단체전 獨 꺾고 銅
체급 높은 상대와 9분38초 혈투 패배… 5분후 메달 걸린 재대결서 승리 포효
패자전서도 12분37초 겨뤄 초인적 승리… 유도 첫 3회 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골든스코어(연장전) 포함 9분 38초의 혈투 끝에 경기를 내줬던 안바울(30)은 5분 만에 다시 매트 위에 섰다. 그리고 앞선 경기에서 자신에게 절반승을 거둔 독일의 이고어 반트케(34)를 다시 마주했다. 가쁜 숨이 다 가라앉지 않았지만 물러설 순 없었다. 이 승부에 자신과 동료들의 올림픽 메달이 걸려 있었다.
안바울(66kg)은 자신보다 7kg 무거운 반트케(73kg)의 거친 공격에도 끝까지 업어치고, 매달리며 버텼다. 5분 25초의 승부 끝에 상대의 세 번째 지도로 반칙승을 얻어낸 안바울은 두 손을 들고 포효했다. 한국 유도 사상 첫 올림픽 혼성단체전 메달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한국 유도 대표팀은 4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혼성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에 4-3으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2021년 도쿄 대회부터 올림픽에 정식 도입된 혼성단체전은 남자 세 체급(73kg급, 90kg급, 90kg 초과급), 여자 세 체급(57kg급, 70kg급, 70kg 초과급)에서 총 6명이 상대 선수와 대결해 4승을 먼저 따내면 승리하는 경기다. 도쿄 대회 때 한국은 1회전(16강) 탈락했다.
안바울은 원래 66kg급 선수지만 73kg급 한국 선수가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면서 혼성단체전 때는 73kg급 경기에 출전해야 했다. 이날 내내 자신보다 7kg 더 나가는 상대와 맞붙은 안바울은 5경기 중 첫 경기를 제외하고 4경기 연속으로 연장 혈투를 벌였다. 안바울은 패자부활전에서 무로존 율도셰프(29·우즈베키스탄)와 정규시간(4분)의 3배가 넘는 12분 37초의 승부 끝에 반칙승을 따내기도 했다.
안바울은 동메달 결정전 때는 5번째 경기를 치른 뒤 7번째 경기에 다시 나서기도 했다. 혼성단체전은 6경기에서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추첨으로 체급을 정해 추가 골든스코어 경기를 치른다. 하필 73kg급 경기가 뽑혔다. 안바울은 “재경기를 나갈 땐 그저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나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노력해서 한국 유도의 첫 혼성단체전 메달을 따서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은), 2021년 도쿄 대회(동) 개인전에서 연속 메달을 땄던 안바울은 이 메달로 한국 유도 첫 3회 연속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번 대회 개인전 노메달(16강 탈락)의 아쉬움도 풀었다. 안바울과 나란히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남자 60kg급의 김원진(32)은 개인전 패자부활전에서 패한 뒤 현역 은퇴를 선언했지만 후배들 덕에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재일교포 3세 김지수(24)도 이날 부상 투혼을 펼쳤다. 지난달 31일 여자 63kg급 패자부활전 경기에서 상대의 조르기 공격에 끝까지 버티다 두 눈에 실핏줄이 터졌던 김지수는 이날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자신보다 무거운 70kg급 선수들을 상대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이후 손목 수술만 3번 받은 김지수는 손목에 철심도 박은 채 이번 대회에 나섰다. 2017년에는 일본 대표팀에도 뽑혔던 김지수의 경기를 보려고 일본 효고현에서 프랑스 파리로 날아온 아버지 김덕제 씨(74)와 남동생 김상훈 씨(21)는 티켓을 구하지 못해 인근 코리아하우스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응원했다.
한국 유도는 은 2개, 동메달 3개로 이번 파리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이어진 ‘노 골드’ 불명예는 끊지 못했지만 2000년 시드니 대회(은 2개, 동메달 3개)에 이어 24년 만에 올림픽 메달 5개를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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