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2024]
출발 가장 늦었지만 경쟁자 제쳐… 美, 20년 만에 남자 100m 우승
“한계 설정말라, 당신도 할수 있다”
오늘 주종목 200m 시작, 2관왕 도전
“한계를 설정하지 말라. 나도 해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트랙보다 병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노아 라일스(27·미국)가 5일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조국에 20년 만에 금메달을 안기고 전한 말이다. 그는 유년기에 천식, 고교 시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난독증 진단을 받았다.
지금도 우울증을 앓는다는 라일스는 “나는 할 수 있다”고 되뇌며 이를 극복했다고 했다. 라일스는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주문이다”라고 했다. 미국 ESPN은 여러 한계를 극복하며 끝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라일스의 소감을 두고 “올림픽 챔피언이 보내는 강렬한 메시지”라고 전했다.
그의 인생사처럼 라일스의 이날 우승도 극적이었다.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남자 100m 결선에서 라일스는 ‘최악의 출발’로 경기를 시작했다. 그의 출발 반응 속도는 ‘0.178초’로 결선에 나선 8명의 선수 중 가장 늦었다. 주 종목이 200m인 라일스의 약점으로 꼽혀 오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후 속도를 높여 가던 라일스는 막판에 가장 앞서가던 키셰인 톰프슨(23·자메이카)까지 따라잡았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둘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0.01초’까지만 인정하는 둘의 공식 기록은 9초79로 동일했다. 올림픽 결선에서 100분의 1초까지 1, 2위의 기록이 같았던 건 1980 모스크바 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사진 판독(포토 피니시)에 들어가 전광판에 최종 순위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30초가량이 흘렀다. 그렇게 전광판에 찍힌 라일스와 톰프슨의 기록은 각각 9초784와 9초789. 다리는 톰프슨이 빨랐지만, 상체(가슴)는 라일스가 앞섰다. 육상 트랙 경기는 ‘머리, 목, 팔, 다리, 손, 발을 제외한 신체 부위’가 결승선 통과 기준이다. 톰프슨을 ‘0.005초’ 차로 제치고 챔피언으로 등극한 라일스는 펄쩍 뛰며 기뻐했다. 이날 경기는 1, 2위뿐만 아니라 7명의 완주자 모두 사진 판독이 필요할 정도로 치열했다.
라일스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길었던 미국의 ‘남자 100m 금메달 가뭄’을 끊었다. 미국 선수가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건 2004 아테네 대회 저스틴 게이틀린 이후 20년 만이다.
3년 전 도쿄 대회가 라일스를 성장시켰다. 당시 200m에서 3위에 그쳤던 라일스는 이날 100m를 제패한 뒤 “도쿄에서 우승했다면, 나는 정체되었을지도 모른다. 도쿄에서의 아쉬운 결과가 내 욕망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라일스는 도쿄 대회 이후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200m 2연패를 달성했다. 2023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는 남자 100m, 200m, 400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육상선수권에서 3관왕이 탄생한 건 2015년 베이징 대회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이후 8년 만이었다.
라일스의 이번 대회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6일 시작되는 남자 200m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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