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듀플랜티스 장대높이뛰기 金… 6m25 훌쩍 9번째 세계新 세워
홀로 6m대 기록… 자신과의 싸움
“수천번 그렸던 장면, 현실이 됐다”
올림픽 2연패는 기정사실이었다. 관심은 이미 8번이나 갈아치운 세계기록을 올림픽에서 또다시 경신할 수 있느냐였다.
6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 단 네 번의 도약으로 6m를 넘어 일찌감치 금메달을 확정한 ‘21세기 인간새’ 아먼드 듀플랜티스(25·스웨덴)는 세계기록인 6m25에 도전했다. 듀플랜티스는 1, 2차 시기를 실패했지만 3차 시기에 사뿐히 바를 넘어 4월 자신이 세웠던 세계기록(6m24)을 다시 경신했다.
듀플랜티스가 개인 9번째 세계기록을 쓰며 남자 장대높이뛰기 ‘역사상 최고(GOAT·Greatest Of All Time)’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 40년간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은 25번 경신됐는데 그중 3분의 1이 넘는 9번을 듀플랜티스 홀로 해냈다.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듀플랜티스는 1952년 헬싱키 대회와 1956년 멜버른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밥 리처즈(미국) 이후 68년 만에 올림픽 2연패를 한 선수가 됐다. ‘원조 인간새’로 불리던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도 올림픽에서는 1988년 서울 대회, 한 차례만 우승했었다.
금메달을 획득하고 약 12시간 뒤 파리 오메가 하우스에 나타난 듀플랜티스는 지난 밤 “치킨과 피자를 먹으며 파티를 즐겼다”고 했다. 그는 “수천 번 눈을 감고 그렸던 장면이 현실이 됐다. 어려서 집 뒷마당에서 놀 때부터 늘 세계기록으로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꿈을 꿨다. 선수에게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깼다. 그것도 내가 뛰어본 경기 중 가장 많은 관중 앞에서 그걸 이루게 됐다”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다음 세계기록 경신을 묻는 질문에 듀플랜티스는 “당장은 좀 즐기겠다. 방금 올림픽에서 세계기록을 깼다. 선수로 할 수 있는 정말 미친 일을 해낸 것이다. 일단 다음 일은 미뤄두고 지금을 완전히 즐기겠다. 그게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듀플랜티스의 경쟁자는 자기 자신이 된 지 오래다. 올 시즌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6m를 넘는 높이를 성공시킨 선수도 듀플랜티스뿐이다. 듀플랜티스는 이날도 참가 선수 12명 중 홀로 6m 이상을 넘었다. 6m10을 1차 시기에 넘어 2016년 리우 대회 때 티아구 브라스(브라질)가 세운 올림픽 기록(6m3)을 깬 듀플랜티스는 곧바로 자신의 세계기록에 도전해 성공했다.
듀플랜티스는 타고난 장대높이뛰기 선수다. 장대높이뛰기 선수였던 미국인 아버지와 7종 경기 및 배구 선수로 뛰었던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7세 때 이미 3m86을 뛰어 ‘신동’으로 불린 듀플랜티스는 2018년 유럽 육상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20세 미만) 세계기록인 6m5를 넘으며 우승했다. 2019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5m97로 2위를 차지해 성인 국제무대에서도 주요 선수로 떠올랐다.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나고 자라 대학도 루이지애나주립대에 진학했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어머니의 나라인 스웨덴을 대표해 뛰고 있다.
듀플랜티스는 2020년 2월 세계육상연맹 인도어 투어미팅에서 6m17을 넘어 2014년 르노 라빌레니(프랑스)가 작성한 종전 실내 세계기록(6m16)을 6년 만에 바꿔 놓았고, 이후 계속 자신의 세계기록을 새롭게 하며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4년 넘게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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