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폭탄발언 후폭풍]
安 “中-대만은 전담 트레이너 동반…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 말아달라”
韓, 4명 동행… 개인 전담은 없어… 협회 “佛로 한의사 불러 安 진료”
안세영(22)이 5일 28년 만의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한국에 안긴 직후 대표팀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앞으로 대표팀과는 같이 가기 힘들 것 같다”고 한 폭탄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안세영은 발언 후 7시간 30분가량 지난 6일 오전 3시경(한국 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누군가와 전쟁하듯 얘기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에 대한 보호와 관리, 권력보다는 소통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며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 달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문화체육관광부가 안세영이 이런 발언을 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히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는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전날 안세영은 금메달을 딴 직후 한국 취재진 앞에서 “내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했고 완전히 나을 수 없었는데,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을 많이 했다”며 대표팀 이탈 의사를 드러냈다. 부상이 심한데 대표팀과 협회가 제대로 관리해 주지 않았다는 취지다.
안세영은 작년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도중 무릎인대가 부분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귀국 후 검진에서 2∼6주간 재활하면 코트에 복귀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쉽게 낫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다른 병원을 찾았고 이번엔 “짧은 시간 안에 좋아질 수 없고 올림픽 때까지는 통증을 관리하면서 안고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때부터 부상 관리를 두고 안세영과 협회 사이에 이견과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협회 측은 “우리는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안세영 선수가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는 입장이다. 충북 진천선수촌에 선수들의 부상 재활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있는데 외부 의료기관 치료까지 지원하기는 어려웠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안세영은 지난달 12일 프랑스로 출국해 대한체육회가 현지에 마련한 사전 훈련캠프에서 훈련하던 중 발목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안세영은 한국에 있는 특정 한의사가 와서 진료해 주기를 원했고 협회는 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때만큼은 예외적으로 한의사가 프랑스로 직접 와 진료할 수 있도록 항공권과 숙박 비용까지 모두 지원했다. 협회는 한의사 수당까지 지원했다.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 결승전이 끝난 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쯔잉(대만)은 트레이너 2명을 데리고 다니고 천위페이(중국)도 이번에 트레이너 2명을 데리고 왔더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에겐 전담 트레이너가 없었던 데 대한 불만 표시인 것으로 보인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4명의 트레이너가 파리 현지까지 동행했다. 이 중 경기장까지 들어갈 수 있는 AD카드가 발급된 2명은 경기 일정이 끝날 때까지 파리에 남았다. AD카드가 없는 2명은 사전 훈련캠프 기간에만 선수들과 함께 머물다 귀국했다. 4명 중 특정 선수를 전담하는 트레이너는 없었다.
진천선수촌에서 안세영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한수정 트레이너(컨디셔닝 관리사)는 파리에 가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작년에 계약 기간 1년으로 공개 채용한 한 트레이너의 계약 기간이 6월 말로 끝났다. 파리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계약 기간을 연장하자고 제안했는데 본인이 그만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파리로 출국하기 전날 같이 있던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안세영은 한 트레이너가 파리로 같이 가지 못하게 된 것에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안세영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동안 한 트레이너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의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세영이 올 초 부상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올림픽 때까지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트레이너 선생님을 믿고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양궁 사격 펜싱 종목 선수 중 컨디션 관리를 위한 전담 트레이너를 둔 선수는 없다.
안세영은 5일 취재진 앞에서 “앞으로 대표팀과 같이 가기 힘들 것 같다”고 하면서 “대표팀을 나간다고 올림픽을 못 뛰게 된다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는 말도 했다. 올림픽을 포함한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우선 국가대표로 뽑혀야 한다. 국가대표는 각 종목 경기단체가 대한체육회에 추천하고 체육회가 이를 승인해야 한다. 국가대표로 뽑히지 않으면 올림픽에 나갈 수 없는 구조다. 다만 배드민턴협회는 협회 규정으로 5년 이상 국가대표로 활동했을 경우 여자 선수는 만 27세, 남자 선수는 만 28세 이상이면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이 경우라도 올해 22세인 안세영은 해당하지 않는다. 특히 올림픽 출전은 협회의 추천과는 별도로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따로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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