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심 4개 박은 척추로 도전… 메달 놓쳤지만 희망 번쩍 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0일 01시 40분


[PARiS 2024]
역도 73kg급 7위 박주효 눈물 펑펑
자신 기록 넘는 바벨 못 들어올려
“컨디션 좋았는데 갑자기 심한 두통… 올림픽 못 나온 동료들에게 미안”

박주효가 9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6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역도 남자 73kg급 경기 용상 3차 시기에서 196kg의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다 놓치고 있다. 2021년 허리 수술을 받은 박주효는 척추에 철심을 박은 채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주효가 9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6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역도 남자 73kg급 경기 용상 3차 시기에서 196kg의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다 놓치고 있다. 2021년 허리 수술을 받은 박주효는 척추에 철심을 박은 채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회는 딱 한 번뿐이었다. 용상 마지막 3차 시기. 196kg의 바벨을 가슴까지 들어 올린 박주효(27)는 움켜쥔 두 손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올림픽 메달을 향한 마음에 그는 자신의 용상 기록(195kg)보다 1kg 더 무거운 바벨에 도전했다. 두 팔을 부들부들 떨며 버텼지만 바벨이 결국 등 뒤로 떨어졌다.

허공을 향해 두 차례 주먹을 내지른 박주효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흐느꼈다. 관중의 박수갈채가 쏟아졌지만 그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척추에 철심을 박고 출전한 박주효의 첫 올림픽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박주효는 9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아레나6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역도 남자 73kg급 경기에서 합계 334kg(인상 147kg, 용상 187kg)을 기록하며 12명 중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중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던 박주효는 역도로 종목을 바꾼 뒤 이내 두각을 드러냈다. 고교 3학년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7년 국제역도연맹(IWF)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면서 올림픽 시상대에 오를 수 있는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한국 역도는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불의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군 복무 중 척추를 다친 것. 온몸으로 무게를 버텨야 하는 역도 선수에겐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이 부상으로 척추에 철심 4개를 박는 수술을 받은 박주효는 하반신 마비를 겪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허리가 조금만 아파도 바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으러 갈 정도로 마음에도 두려움이 남았다.

그래도 박주효는 포기하지 않았다. 의료진도 재활에 3년은 걸릴 거라고 했지만 박주효는 1년 만에 재활을 마치고 다시 바벨 앞에 섰다. 지난해 세계선수권(9위)과 항저우 아시안게임(6위)을 통해 부활을 알린 박주효는 올해 4월 IWF 월드컵에서 자신의 합계 최고 기록(345kg)을 새로 쓰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가창력이 뛰어난 박주효는 음악과 함께 스스로와의 싸움을 이겨냈다고 했다.

경기 뒤 박주효는 “(올림픽에 나오지 못한 한국 선수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너무 못했다”고 자책하며 “워밍업장에서 몸을 풀 때는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인상에서 안 좋을 때 하는 버릇이 또 나와버렸다”며 아쉬워했다.

용상을 앞두고는 갑작스럽게 두통이 찾아오기도 했다. 마사지로 통증을 달래봤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박주효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이 중요한 순간에 왜 머리가 아픈지 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이번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 ‘한국 역도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던 박주효는 “지금까지 파리 대회만 보고 살았다. 지금은 잠시 바벨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곧 “며칠만 쉬어도 바벨을 잡고 싶어진다. 아마도 며칠만 쉴 것 같다”며 다음 도전을 기약했다.

#파리 올림픽#역도 73kg급#박주효#허리 수술#척추#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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