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점퍼’ 우상혁(28)이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첫 올림픽 메달 도전을 아쉽게 마쳤다. 우상혁은 11일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1을 세 차례 연속해 넘지 못하고 대회를 7위로 마쳤다.
우상혁은 이날 결선 진출 선수 12명 중 8명만 남은 2m31를 두 차례 실패한 뒤 마지막 도전을 앞두고 트랙 위에 섰다.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며 머리를삭발 수준으로 짧게 민 우상혁은 점프 전 자극을 주기 위해 두 손으로 머리를 수 차례 때린 터라 양쪽 이마 끝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만큼 성공이 간절했다.
하지만 우상혁은 세 번째 2m31 시도에도 바를 떨어뜨려 더 이상 도전할 기회를 잃게 됐다.바와 함께 떨어진 우상혁은 한동안 매트에 고개를 파묻고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듣고 관중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렇게 우상혁은 파리에서 한국 육상 트랙·필드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걸고 돌아가겠다던 다짐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하지만 우상혁은 이날 결선무대를 밟으면서 이미 한국 트랙·필드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개 대회에서 연속해 결선 무대를 밟는 역사를 쓴 상태였다.
세계 최고 점퍼 12명이 모인 올림픽 결선 무대는 한 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첫 번째 2m17를 실패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두 번째 2m22까지 브라이언 라츠(20·남아프리카) 혼자만 떨어졌을 뿐이었다.
결선 진출자를 가렸던 2m27에 와서야 탈락자가 3명 나왔다. 올 시즌 최고기록(2m37) 보유자였던 지안마르코 탐베리(32·이탈리아)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이날 2m22를 두 차례 연속 시패한 뒤 3차 시기에 극적으로 바를 넘으며 생존했던 탐베리는 2m27에서 세 차례 연속 바를 떨궜다.
도쿄 대회 때 무타즈 에사 바르심(33·카타르)과 공동 금메달을 땄던 디펜딩 챔피언은 그렇게 파리에서 일찌감치 작별을 고한 뒤 코칭스태프의 품에 안긴 채 한참이나 눈물을 쏟았다. 탐베리는 파리에 도착한 뒤 신장 관련 질환으로 이날까지 두 차례나 응급실 신세를 지는 등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우상혁과 티호미르 이바노프(30·불가리아)가 2m31에서 떨어진 뒤에는 우상혁의 동갑내기 점퍼 해미시 커(뉴질랜드)와 쉘비 매큐언(미국)이 나란히 2m36을 1차 시기만에 성공시키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앞서 커는 2m31을 3차 시기에, 매큐언도 2m34를 3차 시기에 성공시키며 한 번씩 탈락 위기를 넘어선 뒤였다. 2m36은 커의 개인 최고기록과 같은 높이였고 매큐언은 개인 최고기록이었다.
2m34까지 한 번도 바를 떨어뜨리지 않아 최소 동메달을 확정한 바르심은 2m36을 2차 시기까지 실패한 뒤 3차 시기를 시도하는 대신 바를 2m38로 높여 도전을 이어갔지만 실패했다. 높이뛰기는 높이와 상관 없이 세 차례 연속해 바를 떨어뜨리면 그대로 경기를 마친다.
현역 최강 점퍼 바르심(개인 최고기록 2m43)이 탈락한 뒤 커와 매큐언이 한 번도 넘어본 적 없던 2m38을 두고 경쟁을 이어갔다. 나란히 2m38을 세 차례씩 실패한 이들은 공동 금메달 대신 한 명이 실패할 때까지 점프를 이어가는 ‘점프오프’로 금메달의 주인을 가리기를 택했다. 두 선수가 같은 기록일 때 승자를 가리는 이날 전체 점프 실패 횟수도 2회로 같았기 때문이다.
2m38에 나란히 한 차례씩 실패한 이들은 2m36으로 높이를 낮춘 점프오프에서도 나란히 실패했다. 이날 2m17부터 2m22, 2m27, 2m31, 2m34, 2m36까지 8번 점프를 한 뒤 2m38을 4번씩 실패한 이들은 높이를 낮춰 점프오프를 이어갔다.
두 선수는 이미 12번의 점프를 한 뒤 이어간 점프에서 2m36에 차례로 실패했다. 지칠대로 지친 매큐언은 2m34도 실패했다. 결국 이날 14번째 점프 끝 2m34를 가뿐히 성공시킨 뒤 스타드 드 프랑스 잔디밭을 누비며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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