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요정’ 박혜정(21)이 하늘로 먼저 떠난 어머니와 함께 올림픽 은메달을 들어 올렸다. 박혜정은 11일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81kg 초과급) 경기에서 인상 131kg, 용상 168kg으로 합계 299kg을 기록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 기록(296kg)을 3kg 늘린 한국 신기록이었다.
다만 이 종목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리원원(24·중국·합계 309kg)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리원원은 용상 마지막 3차 시기 때 바벨 대신 코치를 들어 올리며 올림픽 2연패를 자축했다. 리원원은 이 종목 세계 기록(335kg)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
올해 4월 모친상을 당한 박혜정은 “그동안 엄마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데 올림픽에 오니 워밍업하면서부터 생각이 났다. 오늘도 경기 뛰면서 엄마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고는 “아빠랑 언니에게 많이 기대면서 여기까지 왔다. 둘이 지금 경기장에 와 있는데 얼른 가서 메달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 가면 엄마에게도 보여드리겠다”며 “내일 비행기 타기 전에는 아빠, 언니와 달팽이 요리를 먹으러 가고 싶다”라면서 웃었다.
여자 역도 최중량급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41)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건 종목이다. 장 차관은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중국 선수 탕궁훙(45)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건 뒤 4년 후 메달 색을 금빛으로 바꿨다. 박혜정도 자신의 첫 올림픽인 이번 대회에서 일단 메달을 딴 다음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때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로 훈련을 이어 왔다. 박혜정은 “리원원 선수가 폼이 많이 떨어졌더라. LA에서는 붙어볼 만하지 않나 싶다. 이제 조금만 더 성장하면 내가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혜정은 이날 은메달을 따면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자 53kg급 동메달리스트 윤진희(38) 이후 8년 만에 나온 한국 출신 올림픽 역도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 기간에 올림픽 메달을 차지한 한국 남자 선수도 없다. 박혜정은 “‘역도 요정’이라는 별명은 이제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매 대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근대5종 여자부 개인전 결선에서는 성승민(21)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승민은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경기 시상대에 올랐다. 머리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이번 대회를 치른 성승민은 “4년 뒤 메달을 금색으로 염색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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