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두 언니 안고 활짝… 에이스로 날아오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2일 03시 00분


[2024 파리올림픽]
혼복 이어 女탁구 단체서도 동메달
보름간 14경기… 가장 긴 올림픽 치러
“언니들 옆에 있어 지칠수가 없었다”… 현정화 이후 32년만에 ‘멀티 메달’
中서 귀화한 두 언니 전지희-이은혜… “후회 없이 싸웠다” 아름다운 동행

신유빈(오른쪽)이 10일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독일에 승리한 뒤 대표팀 동료 이은혜와 포옹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혼합복식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개인 두 번째 메달을 따낸 신유빈은 한국 탁구 선수로는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신유빈(오른쪽)이 10일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독일에 승리한 뒤 대표팀 동료 이은혜와 포옹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혼합복식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개인 두 번째 메달을 따낸 신유빈은 한국 탁구 선수로는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삐약이’ 신유빈(20·탁구)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선수 144명 중 가장 ‘긴’ 올림픽을 치렀다. 한국 탁구 선수 중 유일하게 혼합복식, 단식, 단체전에 모두 출전한 신유빈은 개회식 이튿날인 지난달 27일(현지 시간)부터 폐회식 하루 전인 10일까지 보름간 총 14경기에 나섰다.

신유빈은 10일 자신의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였던 여자 단체전 3, 4위 결정전에 전지희(32), 이은혜(29)와 함께 나서 독일을 3-0으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지난달 30일 임종훈(27)과 합작한 혼합복식 동메달에 이어 신유빈이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로 따낸 메달이었다.

한국 탁구 선수가 같은 올림픽에서 ‘멀티 메달리스트’가 된 건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당시 김택수 미래에셋 감독(54)과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55) 이후 32년 만이다. 당시 두 선수는 남녀 단식과 복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 이전에도 이런 기록을 남긴 선수는 1988년 서울 대회 때 남자 단식 금, 남자 복식 동메달을 딴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56)뿐이었다.

5세 때 ‘탁구 신동’으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신유빈은 2021년 도쿄 대회를 통해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여자 단식은 32강, 단체전은 8강에서 탈락했다. 그러면서 ‘체육관 밖에서 더 유명한 선수’라는 비판도 들어야 했다. 팔목 피로 골절로 수술대에 오른 뒤에는 ‘서둘러 피었다 서둘러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렸다.

이제 신유빈을 의심하는 탁구인은 없다.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김택수 감독은 “도쿄 때는 유빈이가 실력보다 귀여운 이미지만 부각돼 걱정했는데 이번에 실력으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자격으로 한국 대표팀에 단체전 동메달을 걸어준 유승민 협회장(42)도 “신유빈이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비교해도 멘털, 체력, 기술이 다 고르게 성장했다”고 평했다. 유 회장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다.

신유빈은 “정말 후회 없이 이번 대회를 치렀기에 마음이 편안하다. 후련함과 (동시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체력적 부담이 없던 건 아니지만) 나 혼자가 아니라 언니들이 옆에 있으니까 지칠 수 없었다. 눈앞에 메달이 보여 더 이겨내려 했다. 집중력을 다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인터뷰를 모두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이제 우리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냐”며 아쉬움을 표한 뒤 ‘단체 셀카’를 찍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 청소년 대표 출신인 전지희는 귀화 13년 만이자 개인 세 번째 도전 끝에 올림픽 메달을 차지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3년 전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전지희는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후회 없이 싸워서 행복했다”고 했다. 다음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지희가 “없다”고 잘라 답하자 신유빈은 “언니, 잘 생각해 보고 다시 말하라”고 해 웃음을 유발했다.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 전지희, 이은혜, 신유빈(왼쪽부터)이 10일 파리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 전지희, 이은혜, 신유빈(왼쪽부터)이 10일 파리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번 대회 단체전 내내 첫 단식 주자로 나선 이은혜도 16세 때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선수다. 현정화 감독과 함께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 복식 금메달을 합작한 양영자 전 한국 청소년대표팀 감독(60)이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이은혜의 재능을 눈여겨보다 한국행을 권했다. 2013년 이후 한국 무대에서 활동 중인 이은혜는 2차 선발전을 거쳐 올해 6월 말이 되어서야 이번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개인 첫 올림픽 무대에서 바로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탁구가 올림픽 메달을 차지한 건 2008년 베이징 대회 단체전 동메달 이후 16년 만이다. 이 기간에는 올림픽 여자 단식 메달도 없었다.

#여자 탁구#단체#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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