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배드민턴 레전드’ 하태권(49) 해설위원(하태권 아카데미 원장)이 ‘안세영 논란’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고 “협회가 한 선수에게 맞추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라는 견해를 냈다.
하태권 위원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뉴스1’과의 통화에서 “난 협회 관계자도 아니고 안세영의 측근도 아닌 제3자 입장”이라고 전제하면서 “양쪽 입장이 다 이해돼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아무래도 협회는 규정 안에서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 전체적인 시선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배드민턴계는 ‘안세영 논란’으로 뜨겁다. 안세영(22·삼성생명)은 지난 5일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배드민턴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환희의 순간 이후 상황은 폭로전으로 급변했다. 그는 “내 무릎은 쉽게 나을 부상이 아니었는데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서 실망이 컸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을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그러자 배드민턴 협회가 안세영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대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일부 매체가 안세영을 겨냥한 국가대표 자격 박탈 규정을 신설했다고 보도하자,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했다.
안세영 측과 협회 측이 진실공방을 시작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해설을 맡았던 하태권 위원은 “선수 입장과 협회 입장이 모두 틀리지 않다. 각자 시선에 따라서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누구의 의견에 더 힘을 실어주느냐의 차이”라고 의견을 냈다.
하태권은 “여러 문제가 얽혀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쟁점은 간단하다”며 신중하면서도 명확한 잣대를 제시했다.
그는 “협회는 이 종목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개인이 아닌 전체 선수 관리를 위해 규정과 규칙을 만들어놨을 것이다. 협회가 그 규칙을 어기고 특정 선수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협회의 문제이고, 선수가 불만을 가질만하더라도 협회가 기존 규칙대로 운영했다면 선수의 문제다. 협회가 한 선수에게만 맞춰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양측의 주장에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낸 그는 ‘선배’의 입장에서 안세영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동시에 배드민턴계 전반에 퍼진 우울한 분위기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안세영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했을 수 있다. 주변 배드민턴 관계자와 선수들 그리고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선수가 오죽 힘들면 참다 참다 금메달을 딴 순간에 그 이야기를 했겠느냐’는 의견도 많다. 운동을 하다 보면 햇빛과 그늘이 있기 마련인데, 그늘에 대해 힘든 게 많았던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태권은 “사실 한국 배드민턴은 지금 많은 축하를 받아야 하는 시간인데, ‘집안싸움’을 하고 있는 점이 배드민턴인으로서 참 안타깝다. 아픈 시간이지만 더 도약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삼아,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내에는 중·고등학교, 대학교, 실업팀 등에 많은 배드민턴 선수가 꿈을 키우고 있다. 그들 모두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