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5종에서 흔히 변수가 되는 종목은 ‘승마’라고 말합니다. 선수들은 대회 주최 측이 임의 배정하는 말을 받아 경기를 치르게 되는데 말의 경기력이 들쭉날쭉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논란이 반복되면서 승마는 이번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근대5종 종목에서 퇴출됐습니다. 앞으로는 장애물 경기가 치러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선 승마만큼 예상과 달리 변수가 된 종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육상과 사격이 복합된 ‘레이저 런’입니다. 특히 레이저 런이 강점이라 평가받았던 한국 근대5종의 간판 전웅태(29)는 이번 대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사격 첫 번째 시리즈에서만 5발을 적중시키기까지 총 14발을 쏘면서 25초77을 소요했습니다. 첫 사격에서 흐름을 잃은 그는 선수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오버 페이스 경기를 했고, 오히려 막판에 추격을 허용하면서 6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전웅태는 앞서 6월 열린 국제근대5종연맹(UIPM)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4차례 사격 시리즈에서 총 20발을 모두 적중시키는 ‘퍼펙트’를 기록했는데 총 소요 시간은 불과 28초82였습니다.
이유를 찾자면 끝도 없겠지만 눈여겨볼만한 차이도 있었습니다. 바로 사대가 배치된 위치입니다. 사진과 함께 설명해보겠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특설경기장에서 치러진 이번 올림픽 경기는 이례적으로 사대 뒤편에 관중석이 놓여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대 뒤에는 가림벽이 쳐져 있거나, 아니면 관중석이 없는 방향으로 사대가 설치되는 편입니다. 6월 중국 정저우에서 열린 국제근대5종연맹(UIPM) 세계선수권대회 경기장만 봐도 그렇습니다.
근대5종에서 사격은 레이저 건으로 진행하긴 하지만 선수의 입장에선 과녁의 방향에 관중이 있다는 건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물론 관중의 입장에선 선수들의 생생한 표정을 보는 즐거움을 느꼈을테지만요. 한 대표팀 관계자는 “응원 소리야 경기장에 늘 있지만, 과녁 뒤에서 그것도 각국 국기를 흔드는 관중들의 모습이 선수들에게 분명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레이저런 코스는 각 경기장의 특색에 따라 각기 다르게 설계되다보니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UIPM 규정으로는 “사격장은 선수, 코치, 심판 및 관중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정도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물론 사대의 위치가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 근대5종에 출전한 총 72명의 선수들은 모두 같은 환경에서 경기를 펼쳤습니다. 다만 꿈의 무대 올림픽만을 보고 달려온 선수들이 이런 예기치 못한 변수에 영향을 받았다면 그건 너무 아쉬운 일 아닐까요. 파리 올림픽에 도전한 모든 선수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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