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 도시에 하나뿐인 고교 배구부가 사라진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송산고 배구부를 살릴 수 있도록 동문 선후배와 지역 주민들이 다 함께 손잡고 나가자.”
선수 시절 ‘돌고래’로 통했던 장윤창 경기대 교수(64)는 15일 경기 화성시 송산중 체육관에서 열린 ‘송산고 배구부 해체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울 인창고 졸업생인 장 교수가 송산고 배구부 살리기에 앞장선 건 본인이 이 지역에 고교 배구가 없어 학교를 옮긴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 교수는 송산중에서 배구 선수로 이름을 떨쳤지만 인창고에 전학하고자 졸업을 앞두고 인창중으로 전학을 갔습니다.
송산중뿐 아니라 화성에 있는 남양초도 배구 명문교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학교입니다.
또 화성시청도 실업 리그 남자부에서 최강팀으로 손꼽힙니다.
다만 고교 팀이 없어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 송산고 배구부가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화성시와 경기도교육청 및 화성오산교육지원청에서 약 20억 원을 지원해 배구부 전용 체육관과 숙소 건립을 돕기도 했습니다.
국가대표 주전 세터 황택의(28·국군체육부대)가 남양초 - 송산중 - 송산고를 차례로 졸업한 케이스입니다.
송산고 출신 1호 프로배구 선수는 정동근(29·KB손해보험)입니다.
정동근은 2015~2016 신인 드래프트 때 삼성화재로부터 전체 6순위 지명을 받았습니다.
이후 지난 시즌까지 송산고 졸업생 총 15명이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배구 선수가 됐습니다.
같은 기간 송산고보다 신인 드래프트 지명자를 많이 배출한 학교는 남성고(18명) 한 곳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배구계에는 지난해 말부터 송산고가 팀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리고 2일 원성일 송산고 교장이 배구부 학부모 간담회 자리에서 ‘내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배구부 해체는 현실이 됐습니다.
송산고는 현재 재학 중인 배구부원들에게도 전학을 권한 상태.
새 학년을 시작할 때 14명이었던 송산고 배구부원은 현재 1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전임 감독 A 씨(52)와 학교 법인 사이 갈등 때문에 학교에서 배구부 운영에 진절머리를 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배구계에서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입니다.
송산고가 이대로 배구부를 해체하면 22일부터 강원 삼척시에서 열리는 CBS배가 이 팀 역사상 마지막 무대가 됩니다.
김달호 현 송산고 감독(44)은 “선수들도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더 열심히 집중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산고는 2009년 배구부를 창단하면서 “지덕체를 겸비한 가슴이 뜨거운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도 창단 15년 만에 전국에서 손꼽히는 배구 명문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송산고 교훈은 ‘근면한 생활인이 되자. 성실한 생활인이 되자. 사랑에 찬 생활인이 되자’입니다.
이 학교 배구부 선수들은 배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근면 성실하게 2학기 개학(16일)을 맞았지만 가슴에는 뜨거운 열정보다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송산고가 배구부 해체를 최종 결정하면 고교 남자부 배구부 숫자는 21개로 줄어듭니다.
아래는 송산고 배구부 해체 결정 철회 촉구 결의문.
송산고는 화성시 초·중·고 배구부 연계 육성을 통해 배구 명문 도시 성장으로의 기반을 다져 왔으며 화성시체육회의 탄탄한 재정적 지원을 통한 체계적인 배구부 육성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해 왔다.
그러나 송산고 학교장 및 행정실장은 전임 감독의 운영에 문제점을 제기하며 학교 운동부 해체를 선언하였다. 금번 송산고의 배구부 해체 결정으로 인해 남양초-송산중-송산고 및 화성시청 배구단으로 이어졌던 배구부 연계 육성 체계가 한순간에 붕괴되어 대대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하며 향후 배구 인재 육성 방향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었다.
송산고 배구부 선수들은 그간 학교 측과 재단 간의 빈번한 갈등과 소통 부재로 인해 양질의 훈련 기회를 박탈당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명예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바 배구부 해체라는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처사에 말할 수 없는 분노와 강한 유감을 표한다.
더욱이 배구부 해체 결정으로 인한 일부 선수들의 전학 시행으로 화성시의 배구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등 막대한 손실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송산고 측은 기존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며 코앞에 닥친 대회 출전을 위해 맹훈련에 임하고 있는 배구부 선수들을 도외시하고 있다.
학교 운동부는 미래 체육 인재 육성의 산실이다. 따라서 송산고교 배구부 해체 결정은 단순히 일선 학교의 배구부 존치 문제를 넘어 체계적인 지역 운동부 육성시스템의 전면 중단을 의미할 뿐 아니라 나아가 체육 인재 양성이라는 교육기관의 책무를 회피한 것이나 다름없다.
마땅한 명분도 뾰족한 대책도 없는 배구부 해체는 결코 정답이 될 수 없으며 각종 비위나 이해관계에 얼룩지지 않는 조직문화의 쇄신이 최우선이다.
이에 우리는 송산고 배구부의 일방적인 해체 결정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배구부 존치와 지속적인 선수 연계 육성을 위해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선수 입장 고려 없는 일방적인 배구부 해체 결정을 전면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송산고와 배구부 구성원 간 신뢰 회복 및 지도자 역량배양을 통한 정상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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