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다녔지만 탁구가 재밌었다. 지적 장애란 진단을 받고도 탁구를 계속 쳤다. 탁구는 그에게 삶을 지탱해 주는 즐거움이자 희망이었다. 그리고 세 번의 도전 끝에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일 프랑스 아레나 파리 쉬드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탁구 TT11등급(지적 장애)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기태(26)는 자신을 탁구장으로 이끈 아버지 김종섭 씨(55)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기태는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이 없어서 이번 대회가 정말 간절했다”며 “한국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앞으로 더 효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태가 탁구와 연을 맺은 것은 아버지 덕분이었다. 김 씨는 아들이 남들보다 조금 더딘 아이라고만 생각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셈과 말이 느렸지만, 행동이 민첩해 장애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김 씨는 “내가 평소 동사무소 탁구장에 자주 갔다. 기태도 따라다녔는데 탁구 라켓을 쥐여주니 재미있어했다”고 말했다.
김기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경기 용인시 역삼동사무소 탁구장에서 활동하는 동호회 회장의 눈에 띄면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김기태는 “아버지를 따라간 곳에 내 재능을 발견해준 분이 있었다”며 “아버지도 적극 권유를 하셔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한 김기태는 중학교 1학년 때인 2011년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병원에서 지적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것이다.
김기태는 장애 판정을 받고 운동을 그만둬야 할 위기였지만, 그해 처음 장애인 탁구에 TT11(지적 장애) 등급이 생기면서 탁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김 씨는 “장애인 경기는 나이에 상관없이 같은 등급 장애를 가진 선수끼리 겨루기 때문에 성인과 붙어도 이기는 기태가 선수로서 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김기태는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5년 코리아오픈 1위 등 장애인 탁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22년 세계 장애인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단식, 복식, 혼합복식 등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고, 지난해 열린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도 혼합복식 금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패럴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6년 처음 출전한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단식 4위를 했고,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때는 단식 예선 탈락을 했다.
자신의 세 번째 패럴림픽인 파리 대회에서 금메달의 한을 푼 김기태는 이날 그 영광을 아버지에게 돌렸다. 김기태는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지금 평범한 학생일 것 같다”며 “탁구의 길로 이끌어준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기태는 이날 결승에서 천보옌(18·대만)에게 1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세 세트를 가져오며 3-1(3-11, 15-13, 11-7, 11-9)로 역전 우승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다섯 번째 금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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