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허리가 불편한 할머니와 연탄을 때는 집에서 살았다. 부모님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소프트테니스(정구)를 먼저 시작한 언니가 들고 다니는 라켓이 신기해 초등학교 1학년 때 정구부에 들어갔다. 소원이 있다면 실업팀에 들어가 할머니를 편히 모시고 사는 것. 할머니는 이미 영면에 들었고 언니도 라켓을 내려놓은 지 오래지만 이민선(26·NH농협은행)은 ‘대기만성’이라는 말을 믿고 코트 위에서 버티고 또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정구 여제’ 자리에 올랐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9일 경기 안성맞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세계정구선수권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을 2-0으로 꺾었다. 이번 대회 단식에서 국제대회 개인 첫 금메달을 따낸 이민선은 팀 후배 이정운(23)과 짝을 이룬 복식에서도 우승한 뒤 단체전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서 3관왕으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정구 선수가 세계선수권 3관왕에 오른 건 2015년 뉴델리 대회 김애경(36·당시 NH농협은행) 이후 9년 만이다.
한국은 김범준(35·문경시청)-문혜경(27·NH농협은행) 조가 출전한 혼합 복식 금메달을 포함해 전체 금메달 7개 중 4개를 가져오면서 이번 대회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이 세계정구선수권에서 종합 우승을 한 것도 2015년 뉴델리 대회 이후 9년 만이다. 일본이 남자 단식과 단체전 금메달로 2위, 대만이 남자 복식 금메달로 3위를 했다. 3일 시작한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31개국에서 선수와 임원을 합쳐 약 400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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