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챔피언스 어센션 채리티 클래식
연장 끝에 베른하르트 랑거 눌러
“내 플레이 집중… 가장 기분 좋은날”
“모처럼 전설적인 선수를 이겨 기쁘다.”
‘바람의 아들’ 양용은(52)이 시니어 무대의 ‘전설’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를 연장전 끝에 꺾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챔피언스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양용은은 9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노우드 힐스 골프장(파71)에서 열린 어센션 채리티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00타로 랑거와 동타를 이룬 양용은은 18번홀(파4)에서 치른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를 기록한 랑거를 제치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우승 상금은 31만5000달러(약 4억2000만 원)다. 한국 선수의 PGA투어 챔피언스 우승은 2021년 9월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과 올해 7월 더 시니어 오픈을 제패한 최경주(54)에 이어 두 번째다. 양용은은 PGA투어에서 뛰던 2009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를 상대로 역전승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 대회 챔피언에 올라 주목 받았다.
2022년부터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PGA투어 챔피언스에서 뛰고 있는 양용은은 지난주까지 71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2회와 3위 3회를 했지만 정상 문턱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양용은은 72번째 출전인 이 대회에서는 랑거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첫 우승을 신고했다. PGA투어 챔피언스 최다승 기록(46승)과 최고령 우승 기록(65세 10개월 5일)을 보유한 랑거는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살아있는 전설이다.
양용은은 우승 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시니어투어에서 랑거와 몇 번 동반 라운드를 했지만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건 처음이라 긴장했다”며 “67세의 나이에도 하루에 7언더파를 몰아치는 랑거를 보며 ‘괜히 레전드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랑거가 초반부터 너무 잘 쳐 이번에도 우승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생각했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다”며 “PGA투어 챔피언스에서 뛴 3년 중 가장 기분 좋은 날”이라고 기뻐했다.
양용은의 말처럼 이날 우승까지 가는 길이 쉽진 않았다. 스튜어트 싱크(51·미국)와 8언더파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양용은은 1번홀(파4)과 2번홀(파5)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냈다. 7번홀(파3)에서 1타를 잃었지만 바로 다음 8번홀(파5)에서 이글을 낚아 선두를 유지했다. 양용은은 후반에도 버디 2개를 추가해 13언더파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그렇지만 랑거는 무려 7타를 줄이며 동타를 만들어 두 선수는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랑거의 3m짜리 버디 퍼트가 빗나간 뒤 양용은은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튀긴 음식과 탄산음료 등을 멀리하고 소식(小食)을 하며 체중 관리를 하고 있는 양용은은 “랑거는 자기관리의 화신으로 불린다. 나도 랑거처럼 철저히 몸을 관리해 60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그런데 67세가 되어서 랑거처럼 잘 칠지는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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