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초 80년대생 사령탑 이범호 KIA 감독… 부임 첫해 정규리그 1위 이끌어
선동열-류중일 이어 역대 세 번째… 올초 뒤숭숭한 상황서 새 사령탑에
팀 분위기-주전 부상 등 위기에도, ‘형님 리더십’으로 소통… 정상 올라
“선수들 믿어, 한국시리즈 우승할 것”
“내가 초보 감독이란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이범호 KIA 감독은 사령탑 데뷔 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뒤 이렇게 말했다. 선두 KIA는 17일 SSG에 0-2로 졌다. 같은 날 2위 팀 삼성도 두산에 4-8로 패했다. 이로써 KIA는 정규리그 7경기를 남겨 놓고 1위 확정 매직넘버가 ‘0’이 되면서 한국시리즈로 직행했다. 이 감독은 단일 리그 체제에서 부임 첫해 팀을 정규시즌 정상으로 이끈 역대 세 번째 사령탑이 됐다. 선동열 감독이 2005년 삼성을, 류중일 감독이 2011년 역시 삼성을 사령탑 데뷔 해에 정규시즌 정상에 올려놨다. 이 감독은 “운 좋게 실패보다 성공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올 1월 29일 KIA가 호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그는 팀의 1군 타격코치였다. 그는 감독 없이 시작한 호주 전지훈련 도중인 2월 13일 KIA 새 사령탑에 올랐다. KIA는 전지훈련 출발 당일 김종국 전 감독을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김 전 감독은 구단 협력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KIA 구단은 새 사령탑을 선임했다고 알리면서 “이 감독은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최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이른 시간 안에 수습하기엔 이 감독이 너무 어린 것 아니냐 하는 시선도 있었다. 이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이다. 프로야구 출범 1년 전인 1981년 태어나 올해 43세다. KIA 최고참 선수 최형우(41)와 두 살 차이다. 2000년 한화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이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를 거쳐 2011년부터 2019년까지 KIA에서 뛰었다.
이 감독은 구단이 기대했던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으로 ‘형님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부임 첫해 정규시즌 정상을 밟았다. 이 감독은 “선수들을 경기에 넣고 빼고 하는 게 힘들었다. 투수를 바꾸거나 대타를 쓸 땐 교체되는 선수를 걱정했다. 실책한 선수를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이는 것도 힘들었다”며 “교체된 선수들과는 경기 후에 잘 풀고 다시 출전 기회를 주고 하면서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했다. 그게 잘되면서 선수들과 마음도 잘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은 2월 KIA 사령탑으로 선임된 직후에도 “선수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했었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올 시즌 KIA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잦았다. 타선의 중심인 나성범은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4월 28일에야 처음 경기에 나섰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도 잇따랐다. 이 감독은 “부상 선수가 너무 많았다. 특히 투수들이 계속 부상을 당해 힘들었다”며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를 잘 메워주고 부상 선수들이 돌아왔을 때 팀이 더 강해지는 걸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KIA는 통산 12번째이자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이 감독은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2017년 당시 팀 주장이었다. KIA가 올 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하면 이 감독은 같은 팀에서 선수와 사령탑으로 모두 우승하는 역대 세 번째 지도자가 된다. 김태형 롯데 감독이 두산 사령탑 시절 세 차례(2015, 2016, 2019년) 우승했고 2022년엔 김원형 당시 SSG 감독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같은 기록을 남겼다. KIA는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해 한국시리즈에 11번 올라 모두 우승했다.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우리는 12번째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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