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대표 감독후보에 PPT 요구는 우스운 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30일 03시 00분


홍명보 선임 불공정 논란에 입열어
“벤투는 매력적 후보 아니라 검증”

“국가대표팀 감독급은 국내에서든, 외국에서든 최고 레벨의 지도자인데, (전술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요구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의 김판곤 감독(사진)은 27일 대전과의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일부 축구인과 팬들은 대표팀 사령탑 후보였던 외국인 감독들이 면접 과정에서 자신의 전술 등을 프레젠테이션한 것과 달리 홍 감독은 세부 평가를 거치지 않고 지휘봉을 잡았다며 비난하고 있다.

김 감독은 2017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을 지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을 뽑은 인물이다. 김 감독은 2018년 8월 당시 벤투 감독 선임 배경을 알리면서 “벤투 감독에게 훈련 및 팀 운영에 관한 자료를 받아 전문성을 검증했다”고 말했다. 팬들은 축구협회가 당시 진행했던 이런 검증 절차를 홍 감독에겐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감독은 “당시 벤투 감독은 중국, 브라질 리그에서 실패를 경험한 상태여서 (뽑아도 될지) 확신이 없었다. 우리가 원하는 매력적인 그런 후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검증을 위한 자료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벤투 감독을 선임했을 때처럼 모든 감독을 검증해야 한다는 건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벤투 감독 선임 당시 축구팬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김 감독은 당시에도 지도력이 이미 검증된 다른 외국인 후보들은 스카우트 개념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두 번 우승한 에르베 르나르 감독에겐 ‘지구 끝까지라도 가서 만나고 싶다’ ‘한국을 맡아 달라’고 사정했었다”면서 “그런 감독들에게 전술 운용에 대해 설명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축구협회가 차기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어떤 지도자를 뽑겠다’고 하는 방향성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시안컵 이후 축구협회 관계자의 말 등을 들어보면 오합지졸이 된 팀을 빠르게 ‘원팀’으로 만들 지도자를 찾는 것 같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왜 전력강화위원회 안에서조차 누구는 한국인 지도자를 뽑자고 하고, 어떤 사람은 외국인을 뽑자고 하면서 방향성 설정이 안 됐는지 모르겠다”며 “어떤 목적으로 감독을 선임한다는 걸 확실히 정한 뒤, 국민과 언론에 잘 설명했다면 지금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곤#축구#대표#감독#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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