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 감독의 말은 절반의 현실이 됐다. 하루 전 SSG와의 사상 첫 5위 결정전에서 8회말 터진 로하스의 역전 결승 3점 홈런에 힘입어 마지막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낸 KT는 이날 공수에 걸쳐 두산을 압도하며 4-0 완승을 거뒀다. KT는 3일 오후 2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와일드카드 2차전을 잡으면 사상 처음 5위 팀의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을 이뤄낼 수 있다.
2015년 KBO리그에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후 지난해까지 5위가 4위를 꺾고 준PO에 진출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4위 팀은 두 경기 중 한 번만 이겨도 준PO에 진출하지만 5위 팀은 두 경기를 연속으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는 또 4위 팀 안방 구장에서 열리기에 5위 팀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하지만 KT는 이날 마법 같은 야구로 승리하며 사상 최초 기록을 향해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KT 타자들은 올 시즌 ‘천적’으로 군림하던 두산 토종 에이스 곽빈을 1이닝 만에 무너뜨렸다. 올해 15승(9패)으로 삼성 원태인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오른 곽빈은 KT를 상대로는 6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51로 더 강했다.
하지만 ‘가을 무대’에선 전혀 달랐다. 1회초 선두타자 김민혁이 볼넷을 골라 나간 게 시작이었다. 2번 타자 로하스의 좌전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장성우는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터뜨려 선제점을 뽑았다. 두산의 실책으로 만들어진 무사 2,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 강백호는 우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5번 타자 오재일도 우전 적시타로 곽빈을 두들겼다.
오윤석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 3루에서 황재균이 삼진으로 돌아서며 찬스가 무산되나 했으나 8번 타자 배정대가 다시 중전 적시타를 때려 4점째를 올렸다. 홈으로 쇄도한 2루 주자 오재일이 두산 중견수 정수빈의 정확한 홈 송구에 객사하지 않았다면 1회에만 5득점을 할 뻔했다.
KT 마운드에서는 ‘빅 게임 피처’ 쿠에바스의 호투가 빛났다.
정규시즌에서 7승 12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주춤했던 쿠에바스는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서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피칭을 했다.
쿠에바스는 이전에도 팀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여러 차례 호투한 바 있다. 쿠에바스는 2021년 NC와의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된 후 단 이틀을 쉬고 삼성과의 1위 결정전에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해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이끌었다. 작년에도 NC와의 PO 2차전에 등판한 뒤 사흘 휴식 후 PO 4차전에 선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됐다. 작년까지 포스트시즌 6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던 쿠에바스는 자신의 포스트시즌 4번째 승리를 따내며 데일리 MVP에도 선정됐다.
두산으로서는 믿었던 곽빈이 1이닝 만에 강판당한 게 아쉬웠다. 2회부터 줄줄이 나선 두산 계투진은 9회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쇄골 부상으로 타석에 들어서지 못한 포수 양의지의 공백도 영향을 끼쳤다. 두산은 1회 무사 1, 2루, 6회 1사 1, 3루 등 여러 차례 찬스를 잡았지만 득점에 실패하며 결국 영봉패를 당하고 말았다.
물러설 곳이 없는 두 팀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은 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KT는 벤자민, 두산은 최승용을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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