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U-15 男 단식 세계랭킹 1위… 지난달 U-19 국제대회 단식 우승
고교 입학 올해부터 실업팀 합류
“형들과 훈련 힘들지만 실력 늘어”
이달 말 성인대회 본선 첫 승 도전
국제탁구연맹(ITTF)은 청소년 대회를 19세 이하, 17세 이하, 15세 이하 등으로 나눠 치른다. 그러면 16세 남자 선수는 17세 이하 대회에 출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18, 19세 형들을 상대해 봐야 딱히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권혁(16·대전동산고)은 다르다. 권혁은 지난달 21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유스 컨텐더 대회 19세 이하부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면서 직전 대회였던 방콕 유스 컨텐더 19세 이하부 결승에서 길민석(19·한국거래소)에게 패했던 아픔도 털어냈다. 10일 현재 권혁은 19세 이하 남자 단식 세계랭킹 22위다.
권혁은 어렸을 때부터 형들과 탁구를 하고 노는 게 일상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권혁은 아버지에게 지도받는 중고교생 형들과 놀면서 자연스럽게 탁구를 익혔다. 권오신 대전동산고 탁구부 감독(51)이 권혁의 아버지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올해는 실업팀 한국거래소 소속 형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권혁은 고교 졸업 후 한국거래소에 입단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탁구팀 훈련장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최근 만난 권혁은 “학교 훈련보다 힘들긴 하다. 그래도 형들과 훈련하면 실력이 확실히 많이 는다”며 “여기서 당장 잘하려고 하면 힘든 훈련을 못 버틸 것 같아 최대한 멀리 보며 하루하루 형들에게 기술을 하나라도 더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권혁은 안정적인 리시브와 영리한 경기 운영이 장점으로 평가됐다.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56)의 지도를 받으면서부터는 빠른 공격으로 승부를 거는 쪽으로 경기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 당장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권혁은 “나는 원래 머리싸움을 많이 했는데 실업팀 형들을 만나면 기술도 수싸움도 상대가 안 되니 기술을 더 탄탄하게 다지는 쪽으로 경기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파리 올림픽 ‘직관’ 경험도 권혁의 마음가짐을 바꿔 놓았다. 권혁은 대전시체육회의 유망주 지원 사업인 ‘꿈드림프로젝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파리에 다녀왔다. 권혁은 “세계선수권대회도 (부산에서 열려) 올해 처음 직접 봤는데 올림픽은 또 다르더라.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권혁은 한국 선수 최초로 15세 이하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19세 이하부 경기를 함께 치르면서 17세 이하 세계랭킹도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 감독의 딸 유예린(16·화성도시공사)과 짝을 이루는 혼합복식에선 17세 이하 세계랭킹 1위다. 권혁은 “이제 주니어 랭킹엔 딱히 의미를 두지 않는다. 시니어 랭킹을 끌어올려 하루빨리 성인 국가대표팀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며 “세계랭킹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권혁의 시니어 남자 단식 랭킹은 229위다.
권혁은 지난해 10월 WTT 도하 피더를 통해 성인 대회 데뷔전을 치렀다. 피더는 ITTF가 주최하는 WTT 4개 시리즈(챔피언스, 스타 컨텐더, 컨덴더, 피더)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이다. 결과는 본선 1회전(64강) 탈락이었다. 권혁은 이달 말 코소보 프리슈티나에서 열리는 피더 대회를 통해 성인 무대 본선 첫 승에 도전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