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둘러싼 의혹·논란에 국회 종합감사 출석
“홍명보 선임, 완벽하진 않으나 불공정 아니다”
한 달 만에 다시 국회로 불려 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국회의원으로부터 강도 높게 질타받은 정 회장은 잘못된 부분을 수긍하면서도 사실과 다른 부분은 또박또박 반박하기도 했다. 더불어 현대가(家)의 축구협회 사유화에 대해서는 부인하면서 31년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투자한 부분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 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회장이 국회에 선 것은 지난달 24일 문체위 현안 질의 이후 한 달 만이다.
의원들은 이날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불공정 선임 논란, 정 회장이 소유한 현대산업개발과 축구협회의 유착 의혹 등에 대해 따져 물었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해임한 축구협회는 5개월의 시행착오 끝에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선임했지만, 거센 역풍을 맞았다. 축구팬들은 ‘미리 짝인 각본’대로 홍 감독을 선임한 데다 제대로 면접 절차도 밟지 않는 등 특혜를 줬다며 불공정한 선임이라고 들끓었다.
축구협회를 감사해 온 주무 부처 문체부도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면접을 진행하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했다. 이날 문체위에서도 축구협회가 규정과 절차를 위반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선임했다고 질타했다.
이런 문제를 지적받은 정 회장은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는 10차 회의를 끝으로 홍 감독을 1순위로 추천하면서 사실상 할 일을 다 마쳤다. 이후 이 이사는 홍 감독과 계약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며 “홍 감독에 대해 주먹구구식 주관적 평가를 했다고 하는데 전강위가 충분한 토의를 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완벽하지 않고 미흡한 부분도 있었으나 불공정한 선임은 아니었다”며 “그동안 감독을 뽑을 때마다 규정에 따라 열심히 해왔다”고 선을 그었다.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때 논란이 일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지난해 2월 클린스만 전 감독을 뽑을 때도 전강위를 무력화시키고 정 회장이 직접 최종 후보를 면접하는 등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면접이 아닌 협상의 한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부인하면서 “2013년 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뒤 전강위가 추천한 감독을 한 번도 뽑지 않은 적이 없다. 전강위를 무력화시킨 적도, 내 의견을 먼저 제시한 적도 없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1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 클린스만 전 감독의 위약금에 대해 “70억~100억원이라고 하는데 그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축구협회가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정 회장이 소유한 현대산업개발과 자문 용역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정 회장이 축구협회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이 축구종합센터 건설과 관련해 하나의 이득을 본 것이 없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정정할 이유가 없다”고 축구협회 사유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축구협회에는 건설 전문가가 없다. 그래서 내부에서 (시공사인) 동부건설을 잘 관리하기 위해 자문 계약을 했다”고 밝힌 뒤 “외부에 용역을 줄 경우 30억~40억원에 해당하는 돈이 드는데, 대신 현대산업개발 직원 노하우를 통해 동부건설이 잘하도록 도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체위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파견된 김풍년 행정지원실장이 현대산업개발에서 급여를 받고 승진하면서 축구협회에서도 각종 수당을 챙긴 점도 문제삼았다. 배 의원은 “이는 배임의 소지가 다분하고, 특정경제범죄법상 가중처벌도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회장은 다른 체육단체를 예로 들며 “SK가 대한핸드볼협회에 임직원을 파견했다. 대한항공은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100여명을 보내기도 했다”며 “그런 부분으로 사유화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대가가 31년째 협회를 장악했다’고 지적하자, 정 회장은 “현대 계열 기업들이 남녀 프로팀 4개, 연령별 대표팀 10개 이상을 운영한다. 또한 국내외 축구계에 1500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축구협회는 1993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현대가와 인연을 맺었다. 2009년 축구인 출신 조중연 회장이 4년간 재임했으나 2013년부터 정 회장이 축구협회 수장으로 뽑혔다.
정 회장이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고 축구협회도 현대가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판에 그간의 공을 인정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핸드볼 선수 출신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현대가의 공을 높이 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의원은 “여러 기업이 수많은 팀을 창단하고 비인기 종목을 후원하면서 우리나라 스포츠가 세계 10대 강국으로 올라섰다”고 운을 뗐다.
계속해서 임 의원은 “(정 회장이 언급했듯) 현대 계열사가 울산, 전북 현대, 부산 아이파크, 인천 현대제철 등 성인 4개 팀을 운영한다. 또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8개의 남녀 축구팀도 운영 중이다. 이들 팀에 투입되는 운영비만 연간 1000억 원이 넘고, 타이틀 스폰서 금액만 300억 원이 넘고, FIFA 후원금도 상당히 많다”며 “잘못된 부분은 지적해야 하지만 잘한 부분은 잘했다고 칭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1월 3선의 임기가 끝나는 정 회장은 이날도 4선 연임 도전 의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질의를 받았는데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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