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의 전설 데릭 지터의 승리 기원 시구도 양키스에 2024 월드시리즈 첫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LA 다저스가 29일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4승제) 3차전에서 4-2로 승리, 1~3차전을 모두 쓸어 담고 우승 확률 100%를 잡았다.
애초 ‘골리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예상됐던 시리즈를 압도한 다저스는 통산 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만 남겨놓게 됐다. 이제껏 월드시리즈에서 첫 3경기를 모두 승리한 팀이 우승하지 못한 경우는 없다.
7전4승제로 치르는 MLB 포스트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3연패 후 4연승으로 스윕승을 거둔 건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양키스를 물리친 보스턴이 유일하다. 3승을 선점한 경우는 총 40차례 있었는데 2004년 보스턴-양키스전을 제외하고 39차례는 모두 3승을 선점한 팀이 시리즈를 가져갔다. 그중 31차례는 스윕승이었고 그중 21차례 스윕승이 월드시리즈에서 나왔다.
앞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른 1, 2차전을 모두 내주고 안방으로 돌아온 양키스는 팀의 마지막 월드시리즈였던 2009년 우승의 주역 지터를 시구자로 마운드에 세웠다. 하지만 다저스는 15년 만에 안방에서 월드시리즈를 맞은 양키스 팬들의 감흥을 곧바로 부숴버렸다.
2차전에서 7회 도루 시도 중 어깨 부분파열 부상을 입고 교체됐던 오타니 쇼헤이는 이날 1번 타자로 복귀해 1회초 첫 타석에서 방망이를 한 차례도 내지 않고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3번 타자 프레디 프리먼이 오른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으로 다저스에 2-0 리드를 안겼다. 다저스는 3회 무키 베츠의 적시타, 6회 엔리케 에르난데스의 적시타로 각각 1점씩 더 달아났다. 양키스는 9회말 2아웃 이후 알렉스 버두고의 2점 홈런이 터졌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선제 2점 홈런으로 프리먼은 행크 바우어(1958 양키스), 배리 본즈(2002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월드시리즈 역사상 1~3차전에서 모두 홈런을 친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또 2021년 애틀랜타 시절 월드시리즈 5, 6차전에서도 홈런을 친 프리먼은 월드시리즈 5경기 연속 홈런 행진도 이어갔다. MLB 역사상 월드시리즈에서 이렇게 많은 연속 홈런을 날린 건 조지 스프링어(2017~2019·휴스턴)와 프리먼 둘뿐이다. 프리먼은 4차전에서 홈런을 추가할 경우 MLB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서 6경기 연속 홈런을 친 타자가 된다.
더욱 놀라운 건 평소라면 프리먼은 지금 경기에 나설 수 없는 몸이라는 점이다. 프리먼은 정규리그 막판 9월 27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오른 발목 염좌 부상을 당해 시즌을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 프리먼은 포스트시즌에 복귀해 샌디에이고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장타는 하나도 없이 14타수 4안타(타율 0.286)에 그쳤고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4경기 동안 18타수 3안타(0.167)로 부진해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6차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지금도 비행을 하면 프리먼의 발목은 심하게 붓는다. 그럼에도 프리먼은 월드시리즈에서 연일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오타니를 제치고 팀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이날 월드시리즈 연속 홈런 타이기록을 세우면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도 사실상 확정했다. 어깨 부상 이틀 만에 경기에 나선 오타니는 이날 3타수 무안타 1삼진 1볼넷 1득점에 만족해야 했다. 양키스의 저지도 이날도 3타수 무안타 1삼진에 볼넷 하나에 그치며 팀의 무기력한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저지는 이번 시리즈에서 장타 없이 12타수 1안타(타율 0.083)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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