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의 ‘슈퍼스타’ 제시 린가드가 시즌 초 K리그1 FC서울 김기동 감독의 질책성 발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밝혔다.
린가드는 30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 왔을 때 이 정도로 터프하고 힘들 줄 몰랐다”며 “한국 선수들이 이렇게 많이 뛰고, 싸우고, 노력하는 걸 기대하진 않았다. 조금은 쉬운 마음으로 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2~3경기쯤 뛰었을 때 감독님이 언론을 통해 세게 저를 비판하는 걸 보고 정신을 차리게 됐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후로는 경기에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템포나 스타일에 적응해 갔다. 지금은 확실히 한국 축구 스타일에 적응됐다”고 덧붙였다.
김기동 감독은 지난 3월1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3라운드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후반 12분 미드필더 류재문 대신 들어간 린가드를 재교체할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경기를 보시지 않았느냐. 그게 답이다”며 “몇 분 뛰지 않는 선수가 몸싸움도 안 해주고 ‘설렁설렁’하고, 90분 출전하는 선수보다 못 뛰면 저는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름값으로 축구할 것 같으면 은퇴한 선수들 데려다 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린가드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해당 발언은 영국 현지 매체 데일리메일 등에도 소개되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고, 린가드에겐 전환점이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유스 출신인 린가드는 2011년 프로로 데뷔했다. 2021~2022시즌까지 맨유 소속으로 리그 149경기에서 20골을 포함해 공식전 232경기 35골을 남겼다.
하지만 2022~2023시즌 노팅엄 포레스트(잉글랜드)로 완전 이적한 뒤 하락세를 걸었다. 리그 17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고, 공식전 통틀어서 20경기 2골을 넣었다.
노팅엄과 계약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 잦은 부상으로 기량이 저하됐고, 어릴 때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건강 악화 끝에 세상을 떠나고 할아버지가 입원하는 등 악재까지 겹쳤다.
아픈 가정사를 뒤로하고 재기를 다짐한 린가드는 지난해 말부터 개인 훈련을 시작하며 그라운드 복귀를 노렸다.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그는 맨체스터까지 찾아와 자신의 훈련을 지켜본 서울 구단의 진심에 감동받아 한국행을 결정했다.
K리그 데뷔 첫 시즌 현재까지 23경기에 나서 5골 2도움을 올린 린가드는 서울이 5년 만에 파이널A에 복귀하는 데 일조했다. 또 주장 기성용이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을 땐 캡틴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십도 발휘했다.
린가드는 “김기동 감독은 축구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높다. 매 경기 분명한 계획이 있다. 어느 감독이든 새로운 팀에 와서 첫 시즌을 쉽지 않은데 빠르게 적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중반부터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선수들이 이해한다고 느꼈다. 감독님의 장점은 매니지먼트를 굉장히 잘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과 일대일로 대화하면서 소통한다.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이런 감독 아래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축구뿐 아니라 삶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면 신뢰가 쌓이고 자신감이 올라온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단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EPL 시절 스완지시티,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기성용을 적으로 만났던 린가드는 “맨유를 상대로 2골이나 넣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저는 어린 선수였고 기성용은 기술적이고 책임감이 많은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다시 만났는데, 초반에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어색할 때 다가와 말을 걸어줬다. 또 제가 리더십을 끌어내도록 도와줬다”며 “라커룸에서 기성용의 존재는 정말 크다. 저 말고 무거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수가 있어 힘이 된다. 옆에서 많이 배운다”고 했다.
한국에서 한 시즌을 되돌아본 린가드는 “K리그는 이번 시즌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수나 구단 관계자, 축구 산업에서 일하는 모든 분이 좀 더 노력하면 EPL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이 K리그를 세계 알리는 첫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더 많이 알릴 거라고 자신한다. 모두가 노력하면 K리그는 더 멋있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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