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유일하게 개인 타이틀 수성
통산 출루율도 ‘레전드’ 장효조 넘어
“로봇 판정 일정치 않아 적응 애로”
중독성 있는 ‘홍창기 응원가’도 인기
“홍창기 안타 안타 날려 홍창기, 홍창기 안타 날려버려라∼.”
프로야구 LG 외야수 홍창기(31)는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프리미어12에서 일본의 시청자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일전 경기 도중 홍창기가 타석에 들어서자 더그아웃에 있던 일본 대표팀 투수 스미다 지히로(세이부)가 율동과 함께 홍창기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잡혔기 때문이다.
짧고 쉬운 가사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홍창기 응원가는 국내에서도 시즌 내내 화제였다. 홍창기 응원가는 LG 팬인 가수 홍경민이 만들었는데 걸그룹 엔믹스의 리더 해원이 따라 부른 뒤로 야구를 잘 모르던 이들도 홍창기 응원가는 알게 됐다. 지난달 말 만난 홍창기는 “개인적으로는 첫 응원가다. 어린 팬들께서 좋아해 줘 기분이 더 좋다”고 했다.
응원가만 최고인 게 아니다. 홍창기는 올 시즌 출루율 0.447로 2년 연속 출루율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 투수와 타자를 통틀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상하는 공식 타이틀 수성에 성공한 선수는 홍창기가 유일하다. 홍창기는 우익수 부문 수비상도 2년 연속 수상했다. 올 시즌 타율(0.336)과 타점(73점)에선 2016년 프로 데뷔 이후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통산 출루율(0.430)에서도 한국프로야구 역대 1위로 올라섰다. 통산 성적의 기준인 3000타석을 이번 시즌에 채우면서(3019타석) ‘타격의 달인’ 고 장효조(통산 출루율 0.427)를 넘어섰다. 홍창기는 13일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2년 연속이자 통산 세 번째 수상에 도전한다.
지난 시즌까지 출루율 1위에 두 차례(2021, 2023년) 올랐던 홍창기이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많았다. 일명 ‘로봇심판’으로 불리는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이 새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홍창기는 실제로 시즌 중반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모든 타자가 그렇듯 내게도 나만의 스트라이크 존이 있다. 그런데 내 기준으로는 말도 안 되는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이 내려질 땐 너무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3월 0.382, 4월 0.453, 5월 0.509이던 출루율이 6월엔 0.382로 떨어졌다. 홍창기는 “많은 분이 로봇심판은 항상 일정한 판정을 내린다고 생각하는데 직접 상대해 보니 그렇지 않더라”며 “야구장에 따라 다르고, 같은 야구장이라도 날씨에 따라 또 다르다. 어떤 날엔 아무 이유 없이 전날과 다른 판정을 내리기도 한다. 로봇심판 판정에 적응하는 게 절대 쉽지 않았다”라고 했다.
홍창기가 코치들과 상의한 끝에 택한 해법은 ‘버리기’였다. 말도 안 되는 공에 스윙을 해봐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냥 스트라이크를 먹기로 한 것이다. 그 대신 잘 칠 수 있는 공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7월 들어 출루율은 0.425로 반등했고,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월간 출루율은 모두 4할대를 유지했다. 홍창기는 “로봇심판과의 대결은 정말 쉽지 않았다. 시즌 내내 치열하게 싸웠던 것 같다”며 “완전히 이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로봇심판을 상대로도 출루율이 떨어지지 않는 선수라는 걸 증명해 너무 기쁘다”고 했다. 지난 시즌 홍창기의 출루율은 0.444로 올해보다 0.003 낮았다.
홍창기는 “통산 출루율 1위라고는 하지만 통산 타석 수가 적은 덕을 봤다. 언제든 1위 자리에서 내려와도 이상하지 않다”며 겸손해했다. 장효조의 통산 타석 수는 3632다. 출루율 역대 공동 3위(0.421)인 양준혁은 8807, 김태균은 8225의 타석을 기록하고 선수 생활을 마쳤다. 홍창기는 “한국 야구 최고 스타들 사이에 잠깐이라도 내 이름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내년에도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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