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국가스공사는 2024-25시즌부터 프로농구에서 시행 중인 ‘하드콜’(몸싸움에 관대한 판정)을 가장 잘 활용하는 팀이다.
직전 두 시즌에서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가스공사는 올 시즌 외곽포를 앞세워 공동 2위(8승4패)에 자리했다. 지공 상황에서 상대가 수비 대열을 갖추기 전, 3점 슛으로 득점을 노리는 전술이 적중했다.
특히 앞선에서부터 강한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가드 정성우(31)가 있다.
지난 시즌 수원 KT에서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경험했던 정성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가스공사와 4년, 보수 총액 4억5000만 원(인센티브 9000만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이 선택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명가드 출신 강혁 감독은 정성우와 김낙현 그리고 샘 조페스 벨란겔까지 ‘3가드’ 전술을 택했는데, 수비와 볼 운반 능력 좋은 정성우 덕분에 김낙현과 벨란겔이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집중하면서 시너지가 났다.
정성우는 최근 뉴스1과 통화에서 “가스공사가 단단함을 가진 팀이라고 생각했지만, 초반부터 이 정도로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못했다”며 “1라운드 초반 질 뻔했던 경기들을 팀워크로 이겨내면서 탄력이 붙었다. 개인적으로도 감독님께서 내 안 좋은 버릇을 고쳐 주셔서 지금도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우는 2라운드 초반 평균 5.75득점, 3.17도움 3점 슛 0.75개로 공격 기록은 평범하다. 그러나 수비에서 맹활약 중이다. 스틸도 평균 1.50개로 역대 자신의 기록 중 가장 좋다.
야투 성공률은 35.71%에 불과하지만 자유투 성공률이 83.33%로 높아 필요할 때 득점을 추가하고 있다.
정성우는 “이전 소속팀에서도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다른 선수들이 편하게 공격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 지금도 큰 차이점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KT에선 1명(허훈)을 도왔다면, 여기에서는 2명(김낙현, 벨란겔)을 도와야 하니 체력적으로 더 힘들다. 그래도 팀에서 내 노력을 인정해 주셔서 기록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터프한 수비력이 일품인 정성우는 하드콜의 대표적인 수혜자 중 한 명이다. 본인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정성우는 “내 기준에선 이제야 판정이 정상화됐다는 느낌이다. 감독님께서 워낙 시즌 전부터 하드콜에 대비해 준비를 많이 하셨는데 선수들이 잘 이행하고 있다”며 “수비는 한 명이라도 부실하면 구멍이 크게 생기기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진다. 그래도 죽기 살기로 하다 보니 팀 성적이 오르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정성우의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하면서 더욱 성장함을 느꼈다. 이제는 새 동료들과 기쁨을 누리려 한다.
그는 “감독님이 기대를 갖고 나를 선택해 주셨는데 작년 순위(7위)보다는 높아야 하지 않겠나. 일단 다치지 않고 시즌을 치르면서 플레이오프에 반드시 오르고 싶다”며 “나는 상대 팀의 좋은 선수들을 열심히 괴롭히면서 막는 선수다. 팀에 나보다 좋은 동료들이 많으니 믿고 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 생활이 처음인데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아 적응을 금방 했다. 야구(삼성 라이온즈) 열기가 뜨거운 곳이지만, 농구 인기도 점점 더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며 “삼성이 이번에 한국시리즈에 올랐듯이 우리도 열심히 하다 보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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