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해나와 짝 이뤄 亞최강 전력
올림픽 출전 위해 국적 맞추려 귀화
“연초엔 늘 한국 대회서 떡국 먹어”
“애국가 1절 부를 수 있나요?”
중국계 캐나다인 예콴(23)은 올여름 한국 특별귀화 면접 심사장에서 이 질문이 나오자 “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하지만 애국가를 부르는 예콴의 두 다리는 한겨울 빙판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덜덜 떨렸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예콴은 2021년부터 캐나다 이민 2세인 임해나(20)와 짝을 이뤄 한국 아이스댄스 대표로 국제무대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한국 아이스댄스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금메달,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은) 등을 따내며 새 역사를 썼다.
예콴-임해나 조처럼 서로 국적이 다른 아이스댄스 팀도 ISU 주관 국제대회 때는 선수 한 명의 국적을 선택해 출전할 수 있다. 단,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선수 두 명의 국적이 같아야 한다. 예콴이 한국 귀화를 준비한 이유다.
평소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훈련하는 이들은 국내 대회가 있을 때만 한국을 찾은 뒤 대회가 끝나면 바로 캐나다로 돌아갔다. 올해는 전국 남녀 회장배 랭킹대회가 끝난 뒤에도 한국에 남아 귀화 절차가 마무리되길 기다렸다. 예콴은 대회 종료 다음 날인 2일 귀화 확정 소식을 들었고, 6일 경기 수원출입국관리소에서 한국 국적 증명서를 받으면서 공식적으로 한국인 ‘콴예’가 됐다.
콴예는 “엄청 기쁘기보다 ‘드디어 됐구나’ 하는 안도감이 더 컸다”며 “해나와 함께 올림픽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귀화를 못 하면 나갈 수 없지 않나. 귀화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었고 특히 (우수 인재) 특별귀화라 모든 게 불확실했다. 해나,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를 비롯해 도와주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콴예-임해나 조는 내년 2월 7일 중국 하얼빈에서 막을 올리는 겨울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할 수 없다. 아시안게임에는 특정 국가 대표로 출전하려면 그 나라에 최소 3년 동안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콴예-임해나 조는 현재 ISU 아이스댄스 세계 랭킹 16위로 아시아 팀 중에서는 단연 1위다. 출전권만 얻었다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콴예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 현장에 도착한 뒤에야 아시안게임 출전 자격이 안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대가 컸기에 처음에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다 이겨내고 남은 시즌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콴예는 7일 캐나다로 돌아가 프로그램을 보완한 뒤 전국 남녀 종합선수권대회, ISU 4대륙선수권대회 참가차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다. 콴예는 “늘 이맘때 대회가 있어 매년 한국에서 새해를 맞고 떡국을 먹었다”며 “특히 4대륙선수권이 내년 2월 서울에서 열린다. ‘진짜 한국인’이 되고 맞는 첫 국제대회를 한국 팬들 앞에서 치를 수 있어 설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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