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 청소년선수권 단체전
준결승서 中 만나 3-2 승리 이끌어
한국, 대회 창설 21년 만에 첫 우승
“공항서 그렇게 많은 카메라 처음봐”
지난달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끝난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19세 이하(U-19)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단이 귀국한 1일 인천공항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이날 유독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유예린(16·화성도시공사 유소년팀)이다. 유예린은 ‘최강’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첫 번째와 마지막 다섯 번째 단식을 모두 잡아내 3-2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국은 결승에서 대만을 3-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세계청소년선수권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 일본이 아닌 국가가 우승한 건 이 대회가 생긴 2003년 이래 처음이었다.
유예린을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만났다. 유예린은 “공항에서 그렇게 많은 카메라를 본 건 처음이라 당황했다. 그래도 잘해서 신경 써주시는 것이니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중국 킬러’로 떠오른 유예린은 “(국제대회) 단체전에서 늘 3등 했었다. 이번에도 4강에서 중국을 만나게 돼 ‘또 지겠구나’ 했다. 그런데 져도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더니 오히려 볼이 잘 들어갔다”며 “마지막 단식 때도 부담 없이 자신 있게 플레이했다”고 했다.
유예린은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56)의 딸 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딸의 귀국 현장을 찾아 꽃다발을 건넨 유 감독은 “이제 내가 유예린의 아빠로 불리고 싶다”며 웃었다.
유예린에게 아빠는 우상이자 멘토다. 자신의 탁구 실력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아빠의 도움을 받고 있다. 유예린은 “팀 훈련이 없는 일요일은 늘 아빠랑 연습한다. 가끔 평일에도 부족하다 싶으면 ‘야간 운동 한 번만 같이 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럴 때마다 아빠가 저녁도 안 드시고 연습 파트너를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아버지가 지도하는 팀의 남자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 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유예린은 “오빠들한테 ‘센 볼’을 많이 받아 봤더니 대회에서 중국 선수들 볼을 받는 게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며 “세계적으로 잘하는 선수들을 상대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올 2월 중학교를 졸업한 유예린은 방송통신고에 진학했다. 방송통신고는 온라인 수업을 주말에 몰아서 들을 수 있어 평일엔 탁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중학생 시절에는 오전 수업을 마친 뒤 탁구 훈련을 했던 유예린은 “실업팀 언니들이랑 똑같이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훈련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유예린은 정작 탁구를 원 없이 친 올해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그는 “연습은 많이 하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동생들에게 진 적도 있었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올 때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유예린은 아빠의 조언에 마음을 다잡았다. 유 감독은 “예린이가 올해 실업팀 에이스들과 경기를 하면서 많이 지니 더 힘들어했다. 예전에는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다그쳤지만 이젠 ‘언제든 그만둬도 된다’고 얘기한다. 그 대신 계속하려면 ‘툭하면 그만둔다고 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예린은 “아빠는 600일 넘게 새벽, 야간 운동을 한 번도 안 쉬고 노력해 올림픽에서 1등 했다고 한다. 저는 그렇게 운동한 게 아직 1년이 안 된다.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고 요즘에는 힘들어도 끝까지 버티며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월드테이블테니스(WTT) 15세, 17세, 19세 이하 컨텐더 대회 단식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며 성장한 유예린은 “17일부터 시작되는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언니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국가대표 상비군인 유예린은 “올해 1군 대표가 돼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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