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끈 김학균(53) 감독이 대한배드민턴협회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에 반발하고 있다.
김 감독은 협회가 ‘안세영 사태’의 책임을 지도자에 전가하려 한다며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협회는 적법한 심의 절차에 따른 결정이며 따라서 계획대로 신규 공개 채용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김 감독은 지난 5일 배드민턴협회로부터 면담하자는 연락을 받았고, 7일 만났다. ‘HSBC BWF 월드 투어 파이널스 2024’ 대회를 위해 중국 항저우로 출국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김 감독은 편한 자리로 생각하고 갔으나 분위기는 냉랭했다. 몇 명의 평가위원들이 평가표를 갖고 여러 질문을 건넸고, 김 감독의 답변은 그대로 평가에 반영됐다.
이후 김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동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월드 투어 파이널스에 선수들(안세영, 이소희-백하나)과 동행하지 않았다.
이런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김 감독은 협회에 이의 신청을 내고 스포츠윤리센터와 고용노동부에도 신고를 접수했다.
2022년 11월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의 공과는 뚜렷하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7개(금 2, 은 2, 동 3)를 수확했고,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메달 2개(금 1, 은 1)를 가져왔다.
그러나 안세영이 파리 올림픽 우승 이후 대표팀이 자신의 부상에 안일하게 대처했고, 생활에서 부조리한 상황을 겪었다고 폭로하면서 선수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파리 올림픽 직후 안세영과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 김 감독은 지난달 덴마크오픈을 위한 출국길에서도 선수와 거리를 뒀다. 대회 도중에도 안세영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협회도 이 부분에 가장 아쉬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는 올림픽 등 주요 대회 성과를 감안해 지도자 최초 채용(2년) 후 1회(2년)에 한해 공개 채용 없이 재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협회가 이를 어겼다는 입장이다.
김 감독은 “협회가 덴마크오픈 후 귀국한 공항에서 대뜸 임시 2개월 계약 연장(12월31일까지)서에 서명하게 했다”며 “이후 재임용이 지연되는 동안 선수들을 통해 지도자들의 결격 사유를 찾아내려는 정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 외에 다른 코치들도 해고됐다. 미리 협회의 입장과 상황을 알려줬으면 계약 만료 전 다른 일을 알아보기라도 했을 텐데 지금 시점에선 동종 직업을 알아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재임용을 위한 심사위원은 어떻게 선정됐으며 평가 항목은 어떤 것이었는지, 내 점수는 몇 점이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해고’가 아니라 계약 만료 후 절차에 따라 연장하지 않은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재임용 규정이 있지만 결정은 협회의 몫이다. 경기력향상위원회 등 정당한 절차를 갖고 결정한 것”이라며 “네 차례 회의를 했는데 의견이 분분했다. 문체부 사무 검사로 협회가 뒤집어진 상황에서 감독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올림픽의 성과로 재임용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1표 차이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자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협회가 어떠한 의도를 갖고 심의 결과를 조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다음 주 중 차기 감독 공개 채용을 시작할 것”이라며 “김 감독이 공개 채용에 다시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상급 기관의 민원 처리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도 고민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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