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풀시드’ 여고생 하다인
“아마추어때 엄두도 못낸 국가대표
이젠 프로로 올림픽 태극마크 도전”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종목에 관계없이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결국 아마추어 선수로 이 목표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회원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풀시드’를 확보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에이스 선수도 쉽게 따내기 힘든 자격이다. KLPGA투어 정회원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하다인(18) 이야기다.
하다인은 “시즌 내내 골프가 잘되지 않아 ‘내년까지는 아마추어 무대에서 뛰겠구나’라고 생각했다. KLPGA투어 진출은 빨라야 2026년이 목표였다”면서 “고3이라 입시 준비 차원에서 좋은 성적이 필요해 시즌 초반에 마음 부담이 컸다. 시즌 후반에도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기에 ‘그냥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자’며 부담을 내려놓은 게 오히려 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방과 후 수업으로 골프를 처음 접한 하다인은 2년 전 고교에 입학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에도 대한골프협회(KGA) 주관 아마추어 대회에 11번 나서 5번 컷 탈락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9월 4일부터 열린 KLPGA투어 삼천리 투게더 꿈나무대회 고등부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준우승한 뒤로 두 달 만에 운명이 바뀌었다. 이 대회 고등부 1∼3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실기 테스트를 치르지 않고도 KLPGA 준회원 자격을 얻는다. 하다인은 계속해 10월 30일부터 열린 정회원 선발전에서 15언더파 201타로 ‘수석’을 차지했다.
하다인은 “사실 정회원 선발전은 언젠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1위를 한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며 “오히려 ‘어? 나 시드전 치러야 하네?’란 설렘이 왔다. 올해 시드전을 치를 것이란 생각을 단 1%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다인은 지난달 15일 막을 내린 시드 순위전에서는 10언더파 278타로 20위를 했다. 시드 순위전에서 30위 안에 든 선수는 다음 시즌 KLPGA투어 대회에 모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하다인은 “시드 순위전 때는 1부 투어에서 뛰었던 언니들도 있고 다들 선배라는 생각에 주눅이 들었다”며 “그 분위기에 휩쓸려 가면 기회를 놓칠 것 같아 ‘내가 최고다’란 생각을 되뇌며 경기를 치렀다. 그래도 완전히 그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경기가 다 끝난 뒤에는 조금 아쉬웠다”고 했다.
하다인은 다음 달 베트남으로 겨울 훈련을 떠나 내년 시즌 담금질에 나선다. 하다인은 “시드 순위전보다 더 치열한 곳이 KLPGA투어라고 생각한다. 데뷔 첫 승이나 신인왕 같은 타이틀을 목표로 삼으면 나만의 골프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대상 포인트 상위 20명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위믹스 챔피언십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면서 “프로 선수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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