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라, K리그1… ‘오뚝이 축구’가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0일 03시 00분


안양 1부 승격 이끈 유병훈 감독
창단후 11년만에 승격 꿈 이뤄… 지휘봉 잡은 첫 시즌에 ‘큰 선물’
앙숙 FC서울과의 맞대결 성사… “바보같은 팬들 위해 꺾고 싶다”

유병훈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안양의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에 팀의 K리그1(1부 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유 감독은 “1부 리그에서 뛰는 내년 시즌에는 파이널A 진입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안양이 지난달 9일 경남과의 안방경기를 2-2로 비긴 직후의 유 감독 모습. 안양 제공
“넘어졌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해도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는 오뚝이 같은 축구로 K리그1 파이널A에서 경쟁하고 싶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안양의 K리그1(1부 리그) 승격을 이끈 유병훈 감독(48)은 최근 통화에서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양은 올 시즌 2부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 승강 플레이오프(PO)를 거치지 않고 1부 리그 직행에 성공했다. 안양은 2013년 창단 후 줄곧 2부 리그에 머물다 11년 만에 1부 리그 승격의 꿈을 이뤘다.

유 감독은 “도전자의 자세로 1부 리그 강팀들과 싸워 우리가 만만한 팀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다. 파이널A 진입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2부 리그로 떨어지는 일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했다. 1부 리그는 팀당 33경기를 치르는 정규 라운드 성적을 기준으로 1∼6위는 파이널A로, 7∼12위는 파이널B로 갈라진다. 파이널A, B에 속한 팀들끼리 파이널 라운드(팀당 5경기)를 치러 우승 또는 강등을 가린다. 유 감독은 “2부 리그 득점왕인 모따(브라질)를 최근 영입해 공격력을 강화했다. 조직력을 끌어올려 1부 리그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모따는 올 시즌 천안에서 뛰면서 16골을 넣어 2부 리그 득점 1위에 올랐다.

유병훈 안양 감독이 지난달 9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부 리그 우승 시상식에서 목에 건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안양의 창단 멤버인 유 감독은 팀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에 승격을 이뤄내며 올해 2부 리그 감독상을 받았다. 2013년 코치로 안양에 합류한 그는 2017년에 팀을 떠나 아산, 서울 이랜드 등에서 코치를 지냈다. 2021년에 다시 안양으로 돌아왔고 작년 12월 감독으로 취임했다. 유 감독은 “간절했던 승격의 꿈을 이뤄낸 꿈같은 한 해다. 1부 리그 팀과 승강 PO를 치르면 승격이 어렵다고 판단해 선수들에게 (2부 리그) 선두 자리를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2부 리그 2위는 1부 리그 11위 팀과 승강 PO를 치러 이겨야 승격한다. 2부 리그 3∼5위는 준PO, PO에서 살아남은 뒤 1부 리그 10위 팀과 승강 PO를 또 치러야 한다. 올 시즌 2부 리그 팀 중 승강 PO에 나선 아산(2위)과 서울 이랜드(3위)는 각각 1부 리그 대구(11위), 전북(10위)을 넘지 못해 승격이 좌절됐다.

안양이 내년 시즌 1부 리그에 참가하게 되면서 앙숙 관계인 FC서울과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안양이 창단하기 전에 경기 안양시를 연고지로 삼았던 팀은 LG(현 FC서울)다. 2004년 LG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자 삭발과 항의 집회 등으로 강력히 반발한 안양의 축구팬들은 ‘FC안양 창단후원회’를 만들고 서명 운동 등을 벌여 새 구단 창단에 힘을 보탰다. 안양 팬들의 이런 스토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유 감독은 “우리 팬들의 염원이 같은 레벨의 리그에서 서울과 맞붙는 것이었다. 오늘의 안양을 만든 팬들을 위해 서울을 반드시 꺾고 싶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지난달 승격을 확정한 후 기자회견에서 “안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보 같은 녀석들(안양 축구팬)에게 우승과 승격을 바친다”고 했다. 안양의 응원가 중 하나엔 ‘안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보 같은 녀석들’이라는 가사가 있다. 유 감독은 “경기 중에 팬들이 응원가를 부르면 그 가사가 유독 잘 들린다. 안양의 경기 결과에 따라 일주일을 울고 웃는 팬들과 함께 내년엔 더 값진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안양 1부#승격#유병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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