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농구 올스타전까지만 해도 LG 유기상은 그저 조연이었다. 당시 유기상은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올스타전 무대를 밟은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2년 차인 올해 그는 리그 정상급 가드인 이정현(소노)을 비롯해 최근 5년간 올스타전 1, 2위를 양분했던 허웅(KCC)-허훈(KT) 형제를 제치고 올스타 1위에 올랐다. 유기상은 이번 올스타 팬 투표 총 158만7999표 중 8만987표를, 선수단 투표에서도 185표 중 55표를 받아 팬·선수단 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유기상은 “사실 올스타 투표 결과가 나오고 (1위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투표가 한창일 때 저희가 연패 중이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직도 저희가 6강 안정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좋은 기세를 유지해서 빨리 안정권에 접어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직전 시즌까지 2년 연속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고도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모두 실패한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기존 국내 주축 선수였던 이관희-이재도를 DB 두경민, 소노 전성현과 모두 트레이드했다. 선수 구성을 크게 흔든 모험이었다. LG는 올 시즌을 3연승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8연패에 빠지며 한때 9위까지 추락하며 휘청였다. 하지만 LG는 29일 DB전까지 8연승을 달리며 30일 현재 공동 4위로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 유기상은 3쿼터에만 3점 슛 3개를 성공시키며 15득점으로 94-60 대승을 이끌었다.
1년 만에 팀은 물론 리그에서도 주연으로 발돋움한 소감을 묻자 유기상은 “팀에서 오래 뛰던 형들이 올 시즌을 앞두고 (다른 팀으로) 많이 떠나면서 원년 팬분들이 저를 많이 예뻐해 주신 것 같다”며 “작년에 올스타전에 처음 나가서 ‘와, 올스타전도 나갈 수 있구나’ 했는데 이렇게 많은 득표수로 1위를 하게 돼 감사하다. 팬분들이 일일이 접속해 투표해 주신 것 아닌가. 보답하려면 제가 한 발 더 열심히 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시즌 평균 23분34초를 뛰던 유기상은 올 시즌 평균 29분25초 뛰고 있다. 다만 늘어난 인기와 출전 시간만큼 늘어난 상대 팀의 견제도 견뎌야 한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신인 최다 3점 슛(95개) 기록을 세웠던 유기상은 3점 슛 평균 성공 개수가 지난 시즌 1.8개에서 올 시즌 2.0개로 늘어나 리그 공동 6위다. 다만 3점 슛 성공률은 지난 시즌(42.4%)에 비해 줄어든 34.8%다.
‘루키’ 유기상에게 왔던 오픈 3점 찬스는 ‘2년 차’ 유기상에게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유기상은 “작년에는 (상대 수비가) 절 놔두고 다른 (동료)선수에게 도움 수비도 많이 갔는데 요즘은 (저를) 아예 3점 라인 밖에 나오지도 못하게 한다. 그래서 늘 한두발을 더 뛰어야 한다. 슛 연습도 강해진 (상대) 수비를 생각하면서 한다”고 했다.
만만치 않은 프로의 ‘쓴맛’이 어떠냐 묻자 유기상은 “운동선수는 편하면 안 된다”며 “지금 당장은 지표가 안 좋고 힘들지언정 적응되면 농구 보는 시선이 넓어지지 않을까. 그래도 1년 차 때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런 견제도 받아볼 수 있는 거다. 이겨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면 제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깨야 할 하나의 퀘스트(롤플레잉 게임에서 주인공에게 주어진 일종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이겨낼) 방법을 찾으려고 더 노력 중”이라고 했다.
유기상은 이번 연승 기간 중 3경기 연속 한 자릿수 득점으로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기상은 “한 자릿수 득점은 언제든 또 나올 수 있다. 저에게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다른 쪽으로 팀에 이바지할 방법을 찾고 있다. 수비수 두 명씩 달고 터프 슛을 쏘는 연습도 하지만 저에게 더블팀 수비가 올 때 패스로 동료가 득점하는 매력이 또 있더라. 제 공격만 무리하게 하기보다 팀원을 살려줄 땐 살려주는 영리한 농구를 해야 한다”며 “지금 찾았다고 생각하는 방법도 또 경기를 치르다 보면 상대방이 파악해 또 막힐 수 있다. 계속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유기상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를 강조하는 조상현 LG 감독에게서도 인정받는 수비수이기도 하다. 유기상은 상대 팀이 스크린 플레이를 할 때에도 자신이 담당한 선수를 이를 악물고 쫓아가 상대에게 빈틈을 허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유기상은 “감독님이 늘 (수비하는 선수를) ‘끝까지 따라가라’고 말씀하신다. 저도 상대 견제가 심해 공격에 실패하면 ‘내가 못 넣어? 그러면 너도 못 넣어’ 이렇게 붙어보자는 생각이다. 수비는 기술적인 면보다 한 발짝 더 따라가겠다는 의지의 차이라고 본다. 좀 더 악착같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LG는 새해 첫날 안방에서 1위 SK를 상대로 연승 이어가기에 도전한다. 유기상은 “8연패를 하고 8연승을 했으니 이제 원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3라운드밖에 안 됐다.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금부터 다시 8연승을 한다면 그때는 좀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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