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해축] 임형철 축구해설위원 “피지컬 좋은 해외 선수들과 경쟁에서 이기는 게 과제”
“K리그1에서 양민혁을 직접 상대한 선수들이 ‘양민혁의 턴 타이밍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공을 골문 방향으로 돌려보낼 때 상대를 제치는 턴이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현란한 드리블과 터치는 물론, ‘플레이 메이킹’ 실력도 빼어나다. 토트넘 홋스퍼 합류 후 유럽 무대에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다.” 최근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 합류한 ‘슈퍼 루키’ 양민혁에 대해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은 이렇게 평가했다. 2006년생인 양민혁은 2023년 K리그1 강원FC에 영입돼 ‘고교생 K리거’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이듬해 데뷔 시즌 12골·6도움을 기록해 ‘영 플레이어 상’을 수상하고 시즌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코리안 ‘앙팡 테리블’에게 해외 명문 구단들의 이목이 쏠렸으며, 2024년 7월 토트넘과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젊은 우수 자원이 갈급했는지 토트넘은 양민혁의 합류 시점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겼다. 양민혁은 2024년 12월 17일 영국 런던에 도착했고, 곧 주장 손흥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 훈련을 가졌다. 12월 23일 임 위원을 만나 신예 양민혁의 경쟁력과 향후 EPL에서 활약 전망을 자세히 들어봤다.
“양민혁의 턴 타이밍 예측 어렵다” 양민혁이 토트넘에 조기 합류한 배경은 무엇인가. “양민혁의 포지션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민혁은 측면 윙어로, 좌우 윙을 모두 맡을 수 있는 선수다. 토트넘은 양민혁이 프로무대에서 오른쪽 윙 경험이 많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현재 토트넘 1군 스쿼드를 보면 오른쪽 윙이 아쉬운 상황이다. 야심차게 영입한 윌손 오도베르는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 중이다. 브레넌 존슨은 시즌 전반기 잠깐 연속 골을 넣긴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데얀 쿨루세브스키는 이번 시즌 상당히 활약하고 있지만 주된 위치는 측면이 아닌 중앙이다. 마이키 무어라는 또 다른 2007년생 유망주도 있는데 최근 질병으로 컨디션이 안 좋아 1군 무대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오른쪽 윙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자원이 없다 보니 양민혁을 조기 합류케 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EPL 여러 구단에서 영입설이 나왔는데. “토트넘은 ‘미스터 토트넘’ 손흥민이 주장으로 뛰고 있고 과거 이영표가 뛰었던 팀이다. 한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한국 축구계와 교류도 많은 편이다. 토트넘의 선수 영입 스타일도 한몫했다. 토트넘은 다른 구단에 비해 양민혁 같은 유망주 영입과 투자에 적극적이다.” 양민혁은 강원FC U-18 유스팀인 강릉제일고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23년 12월 강원FC와 준프로 계약을 맺고 이듬해 6월 정식 프로선수로 계약했다.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않은 어린 나이에 K리그1 1군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임 위원은 “현장에선 강원FC 입단 때부터 양민혁이 대단한 드리블러라는 얘기가 많이 들렸다. 축구계 여러 관계자가 ‘양민혁을 잘 지켜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양민혁의 K리그1에서 활약은 어땠나. “앞서 언급했듯이 양민혁이 프로무대에 데뷔할 때 주목받은 포인트가 드리블 실력이다. 자신보다 프로 경력이 10년 이상 많은 선수들 앞에서 당돌하게 드리블을 하는 것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양민혁의 킥도 발전했다. 이에 따라 골 기록도 늘었고, 특히 ‘원더 골’을 많이 넣었다. 빼어난 킥을 바탕으로 여러 각도와 먼 거리에서 대단한 골을 뽑아냈다. 단순히 슈퍼 루키를 넘어 이번 시즌 K리그1 최고 선수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득점 기회를 창출하고 동료에게 공을 배급하는 플레이 메이킹 실력도 좋다. K리그1에서 보여준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유럽에 진출한 양민혁의 향후 활약도 기대된다.” 양민혁의 특장점을 분석하자면. “드리블은 말할 나위 없이 현란하고 터치도 상당히 좋다. 이처럼 드리블과 터치가 좋은 선수의 특징은 판단이 빠르다는 것이다. 자신의 터치에 확신이 없는 선수는 공을 계속 지켜봐야 해 시야가 좁다. 반면 터치에 여유가 있는 선수는 굳이 시선을 공에 고정할 필요가 없어 주위를 잘 살필 수 있다. 그 덕에 양민혁은 동료 움직임을 파악해 패스를 건네주고 상대 수비가 어디서 다가오는지 미리 경계할 수 있다. 시야가 넓기 때문에 판단이 빠르고 그 결과 패스와 슈팅, 드리블도 기민한 것이다.”
“첫 시즌 교체 출전 등 기회 노릴 만” EPL 팀들은 매 경기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감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구단과 감독은 당장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받기 마련이다. 즉각 전력이 되는 노련한 선수를 투입하는 ‘안전한’ 선택을 하는 이유다. 게다가 최근 안지 포스테코글루호(號) 토트넘은 성적 부진에 빠졌다. 리그 순위는 11위(12월 23일 기준)로 내려앉았고 최근 경기 내용도 좋지 않다. 최근 토트넘 성적이 부진한 이유는 뭔가. “공격과 수비 모두 밸런스가 부족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전술 밸런스를 못 잡은 탓으로 보인다. 요즘 토트넘은 경기 초반 상대 팀을 강하게 압박한다. 그러다 경기 중반이 지나면 선수들의 에너지가 떨어지면서 수비 허점을 드러낸다. 역으로 상대가 강하게 압박해오면 빌드업 없이 공 간수가 불안해진다. 결국 공격 진영에 2∼3명만 남겨두고 나머지 자원이 모두 후방에 머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패스 순환이 어렵기 때문에 상대 진영으로 그저 롱 패스만 찬다. 당연히 상대 수비가 쉽게 막아낸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시즌 양민혁의 토트넘 1군 안착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이번 시즌에는 1군에서 교체 출전 기회를 잡고 거기서 강한 인상을 심어줘 스쿼드에 남는 게 베스트다. 다만 현실적으로 올 시즌 팀에 남아 기회를 잡더라도 이후 시즌에는 임대 선수로 갈 가능성이 있다. 임대 선수로 유럽 무대에 적응하고 출전 경험을 늘리는 과정에서 기량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 물론 이번 시즌 엄청난 활약으로 강한 인상을 준다면 임대 선수 생활 없이 1군 스쿼드에 남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EPL에 잘 적응한다면 FA컵 대회, 리그 경기에서 벤치 명단에 한 번쯤 들지 않을까 싶다. 특히 토트넘이 FA컵 초반 라운드에서 하부 리그 팀을 많이 만나 여유가 생긴다면 양민혁도 교체 출전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선발 출전은 아니더라도 한두 경기 교체 출전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앞으로 유럽 무대에서 양민혁이 풀어야 할 과제는 피지컬을 앞세운 해외 선수들과의 경합에서 이기는 것이다. 특유의 유려한 ‘민혁 턴’을 갈고닦는다면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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