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대회도 상금도 줄었다… “불경기에 후원 기업들 손 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9일 15시 41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 시즌 역대 최다 총상금으로 치러졌지만, 올해는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이 폐지되는 등 총상금도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시즌 열린 대회에 몰린 갤러리. KLPGA투어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골프 열풍과 함께 큰 인기를 끌어온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이상 기류가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매년 대회와 상금 규모가 상승했던 KLPGA투어가 이번 시즌에는 대회가 줄어드는 등 하락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75주년을 맞이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지난 시즌보다 2개 늘어난 33개 대회와 약 10%가량 증가한 총상금(1억 3100만 달러·약 1911억 원) 등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것과는 상반된 상황이다.

9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시즌 KLPGA투어에서 열렸던 최소 5개 대회가 이번 시즌에는 열리지 않는다. 특히 지난해 대회 상금이 가장 많았던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의 폐지가 확정되면서 5대 메이저대회를 보유했던 KLPGA투어는 이번 시즌 4대 메이저대회로 치러진다.

올해부터 열리지 않는 한화 클래식 2024년 대회 로고.

1990년 만들어져 지난해까지 치러진 한화 클래식은 지난 시즌 대회 총상금 17억 원으로 지난 시즌 열린 KLPGA투어 31개 대회 중 상금 규모가 가장 컸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A는 “불경기가 이어지며 한화 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임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비용을 20%가량 줄이면서 골프 부문에서도 손을 떼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KLPGA투어 관계자는 “메이저대회가 될 수 있는 내부 규정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모르겠지만 최소 이번 시즌에는 4대 메이저대회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지난 시즌 개막을 알렸던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과 시즌 최종전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도 이번 시즌부터는 열리지 않는다. 지난 시즌 대회 총상금 12억 원 규모의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와 8억 원 규모의 교촌 레이디스 오픈도 KLPGA투어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KLPGA투어 외연 확장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치러지던 대회가 사라지면서 해외 대회 역시 태국에서 치러지는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하나만 남게 됐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B는 “지난해 싱가포르 대회가 하필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싱가포르 공연과 시기가 맞물렸다”며 “이 때문에 호텔과 비행기 등 각종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 하나금융그룹 측에서 대회를 이어가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2024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재희. 2001년생 투어 4년 차 김재희가 자신의 23번째 생일에 데뷔 첫 우승을 달성했다. 사진제공 KLPGA.
KLPGA투어는 투어를 떠나는 기업을 대체할 후원사 4곳을 찾았지만, 대회 규모와 총상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떠나는 기업의 규모와 새로 후원을 하는 기업 규모의 격차 탓이다. 실제로 이번 시즌 폐지가 확정된 5개 대회 중 4개가 총상금 10억 원 이상의 대회다. 지난 시즌 KLPGA투어의 총상금은 331억 3457만 원이었다. KLPGA투어 관계자는 “대기업과 4대 은행이 후원하던 대회가 사라지는 대신 중견기업과 지방 은행이 후원하는 대회가 신설될 예정”이라며 “대체할 후원사를 찾았기 때문에 대회 수는 지난 시즌과 비슷하겠지만, 기업의 규모가 다르다 보니 총상금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KLPGA투어를 떠날 계획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KLPGA투어의 마이너스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국내에서 골프가 인기를 끌며 기업들이 KLPGA투어에 후원을 했지만, 홍보 효과가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대회 폐지를 확정한 기업 관계자는 “KLPGA투어에서 대회를 개최할 때 일주일간의 골프장 대관료, 대회 운영 대행사, 프로암 행사, 대회 상금 등 매해 70억 원 수준의 비용이 투입된다”며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그룹 내에서 지속적으로 있었다. KLPGA투어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KLPGA투어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KLPGA투어#한화클래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