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 산투 감독(51·포르투갈)은 4년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1부)에서 처절한 실패를 경험했다. 2021년 7월 손흥민(33)의 소속팀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4개월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EPL 3연승으로 출발했으나, 이후 7경기에서 2승 5패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토트넘 팬들은 산투 감독을 향해 “당신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산투 감독은 2023년 12월 노팅엄 사령탑에 오르면서 EPL에 복귀했다. 노팅엄은 23년 만에 EPL로 승격한 2022~2023시즌에 20개 팀 중 16위에 그쳤던 팀이다. 산투 감독이 시즌 도중 팀을 맡은 2023~2024시즌엔 17위로 가까스로 강등(18~20위)을 피했다.
하지만 산투 감독의 전술이 완벽히 이식된 2024~2025시즌 노팅엄은 우승까지 노려볼 만한 ‘돌풍의 팀’이 됐다. 요즘 노팅엄 팬들은 “누누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구호를 외친다.
노팅엄의 공격수 크리스 우드가 1일 브라이턴과의 EPL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노팅엄=AP 뉴시스
노팅엄은 1일 브라이턴과의 EPL 24라운드 안방경기에서 7-0 대승을 거둬 3위(승점 47·14승 5무 5패) 자리를 지켰다. 선두 리버풀(승점 56·17승 5무 1패)과의 격차는 9점을 유지했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EPL 23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 졌는데 상대는 노팅엄이었다.
1865년 창단한 노팅엄은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에서 47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노팅엄은 EPL 출범 전인 1977~1978시즌 1부 리그 정상에 올랐다. 산투 감독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선전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즌) 마지막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노팅엄이 우승 경쟁을 벌일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는 없었다. 스포츠 통계 전문 회사 ‘옵타’는 노팅엄의 우승 확률을 0%라고 전망했다. EPL 사무국은 지난달 “노팅엄이 레스터시티의 ‘동화 같은 우승’을 재현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노팅엄처럼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레스터시티는 2015~2016시즌 팀 창단 132년만에 EPL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시즌 개막을 앞두고 도박업체들이 책정한 레스터시티의 우승 확률은 0.02%였다.
노팅엄 상승세의 원동력은 탄탄한 수비다. 2일 현재 노팅엄은 24경기에서 27골을 내줘 EPL에서 세 번째로 실점이 적다.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는 10회로 리버풀과 공동 1위다. 산투 감독은 중앙 수비수 무릴루(23·브라질)와 니콜라 밀렌코비치(28·세르비아)를 중심으로 강력한 수비진을 구축했다. 과거 노팅엄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스티브 호지(63·은퇴)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무릴루와 밀렌코비치를 노팅엄 역사상 최고 호흡을 자랑하는 수비 조합으로 꼽고 싶다”고 평가했다.
노팅엄의 공격수 크리스 우드(왼쪽)가 1일 브라이턴과의 EPL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노팅엄=AP 뉴시스 노팅엄은 높은 볼 점유율로 경기 주도권을 쥔 뒤 상대를 공략하는 팀은 아니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풋몹’에 따르면 노팅엄의 이번 시즌 평균 볼 점유율은 39.6%로 EPL 최하위(20위)다. 대신 노팅엄은 수비에서 상대의 공을 빼앗은 뒤 역습으로 득점을 노린다. 이런 노팅엄의 공격을 최전방에서 마무리 짓는 선수는 34세의 나이에 기량이 만개한 크리스 우드(뉴질랜드)다.
키 191cm의 장신 공격수인 우드는 이번 시즌 EPL 17골로 득점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다. EPL 번리, 뉴캐슬 등을 거쳐 2022~2023시즌부터 노팅엄에서 뛰고 있는 우드는 자신의 EPL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기존 기록은 14골.
우드는 브라이턴전에서 세 골을 넣어 노팅엄 선수로는 38년 만에 1부 리그 안방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지난달 24일 노팅엄과의 계약을 2년 연장한 우드는 “노팅엄은 잠재력이 큰 팀이다. 이 팀에서 많은 성과를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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