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 9일 열린 2025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역주하고 있는 모습. 평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무대에서는 직전 시즌 세계랭킹 1위를 뜻하는 숫자 ‘1’이 적힌 ISU 제공 특별 헬멧을 쓰던 박지원은 이번 대회 때는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배정받은 71번 헬멧을 썼다. 박지원은 “이번 대회는 1번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뛰고 싶어서 (일반 헬멧으로) 바꿔 썼다”고 했다. 하얼빈=뉴스1
“매년, 매 경기를 하나씩 거칠 때마다 성장하는 걸 느낀다. 올림픽은 1년 뒤에 열리기 때문에 그동안 제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저도 궁금하다.”
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4개(금 2, 은메달 2개)를 받은 쇼트트랙 에이스 박지원(29)의 시선은 이제 밀라노로 향한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금 6개, 은 4개, 동메달 3개)을 기록한 한국 쇼트트랙은 14일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제6차 대회에 나선다. 대표팀은 10일 귀국한 뒤 11일 바로 밀라노로 출국한다. 밀라노는 내년 겨울 올림픽 때 쇼트트랙 종목이 열리는 곳이다.
2025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친 박지원이 이번 대회에서 딴 메달 네 개를 양손에 들어 보이고 있다. 박지원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제6차 대회 참가를 위해 10일 귀국해 11일 대회가 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동한다. 박지원은 “메달의 좋은 기운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밀라노에도 메달을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넥스트크리에이티브 제공박지원은 직전 시즌까지 2년 연속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현 월드투어) 남자부 종합 1위를 지킨 최강자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종합국제대회 데뷔전이었다 . 2018 평창에 이어 2022 베이징 겨울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8위로 연이어 탈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향인 강원 강릉시에서 열렸던 평창 대회 때도 박지원은 국가대표 후보선수로 올림픽 경기장 빙질 점검에만 투입됐고 본 경기는 TV로만 봤다.
박지원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묻는 말에도 올림픽 대표팀에 연거푸 탈락했던 때를 꼽았다. 하지만 박지원은 “그 경험도 아무나 할 수 없다”며 “제가 시작부터 에이스였고 1위만 했다면 지난 시즌 초반 어려움이 있었을 때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경험을 한 덕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땄던 임효준. 동아일보 DB2018 평창 올림픽 때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첫 금메달(남자 1500m)을 안긴 건 당시 한국 대표팀 에이스 린샤오쥔(임효준)이었다. 7년의 시간이 흘러 중국의 에이스가 된 린샤오쥔은 한국의 에이스가 된 박지원과 재회했다.
박지원과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개인전과 계주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 개인전 1500m에서는 박지원-린샤오쥔이 금, 은메달을, 500m에서는 린샤오쥔-박지원이 금, 은메달을 따며 양보 없는 접전을 이어갔다.
8일 2025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 남자 500m 결승을 1, 2위로 마친 뒤 린샤오쥔(왼쪽)과 박지원(오른쪽)이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하얼빈=뉴스1하지만 승부가 끝난 뒤 두 선수는 경쟁자에서 곧바로 오래된 친구로 돌아갔다. 시상대에서도 웃으며 서로의 허리를 감싼 채 기념 촬영을 했다.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를 마친 뒤 “원래 내 주 종목은 1500m인데 이젠 나이를 먹어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좀 힘들다 생각했었다”며 “동갑에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훈련했던 친구인 지원이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8일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건 박지원(왼쪽)이 금메달을 딴 린샤오쥔(가운데)과 축하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동메달을 딴 장성우. 하얼빈=뉴스1박지원도 린샤오쥔과 시상대에서 축하를 나눈 것에 대해 “정말 어렸을 때부터 함께 경쟁한 선수다. 함께 고생한 생각이 많이 났다”며 “선수가 시상대에 선다는 건 굉장한 노력을 했다는 뜻이다. 그에 따른 존중이 필요하다. 충분한 축하를 했다”고 전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박지원은 올림픽 데뷔전이 될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도 린샤오쥔과 메달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박지원은 “이번 경기는 몸싸움이 많아 깔끔한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더 깔끔함을 추구해야겠다는 배움이 있었다. 제가 발전해야 할 부분”이라며 “밀라노에서는 누가 이길지 모르겠지만 저는 최선을 다할 거고 린샤오쥔 선수도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승부가 어떻게 나든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 첫 올림픽 무대가 될 밀라노를 먼저 경험하게 된 데 대해서는 “올림픽에 나가면 긴장이 많이 될 텐데 올림픽이 열릴 장소에서 1년 전에 즐겁게 경기하면 올림픽 때도 긴장하기보다는 추억을 떠올리며 즐겁게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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