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基太기자」 과천 「철가방 신사」와 고려대 「번개」. 장안의 중국음식점에서는 짜하게 통하는 유명인사다. 정장을 쫙 빼입고 「철가방」을 든 「철가방 신사」와 오토바이 뒤에 「번개」라 는 깃발을 매단 「번개」. 물론 동네에서도 모르면 간첩이다. 「신속」 「정확」 「 성실」을 바탕에 깐 판촉전략이다. 본명은 최대원(33)과 조태훈씨(28). 목표는 같지만 행동은 대조적이다. 「철가방 신사」 최씨는 항상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배달하는 영국신사형. 「번개」 조 씨는 「최강번개」라는 머리띠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번개」깃발을 매단 오토바 이를 몰아대는 스포츠맨형. 과천에서만 이름이 뜬지 15째인 「철가방신사」 최씨는 양복 1백30여벌과 넥타이 4백여개가 큰 밑천이다. 차분하고 정중한 스타일로 손님들을 끌어 김태수 전 과천시 장 등 과천일대 유명인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해왔다. 「번개」 조씨는 고려대가 주무대. 왁자지껄하는 활달한 성품으로 고려대생들을 꽉 잡아 고연제와 각 단과대 축제에서 사회를 보거나 게스트로 참여, 노래를 부르는 등 이미 캠퍼스명사 반열에 올랐다. 이들의 독특한 캐릭터는 뼈저린 고생 끝에 체득한 「생존의식」이 『맡은 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직업근성」으로 뿌리내린 덕택이다. 두 사람 다 하루평균 1백50여곳에 5백그릇을 배달한다. 평범한 배달원의 두배 수 준. 월수입은 둘다 1백50만원 정도. 최씨는 전남 순천 빈농 집안의 2남1녀 중 장남. 14세 되던 해 『홍수환 같은 세계 챔피언이 돼 어린 동생들을 뒷바라지 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했다. 밤에는 권투 를 배우면서 낮에는 가방 손수건 허리띠 공장과 중국음식점을 다녔다. 가장 가벼운 주니어플라이급에 체중을 맞추려 경기를 앞두고 1주일을 굶으면서 배달하다 길거리 에서 혼절하기도 했다. 「번개」조씨는 할머니 밑에서 야학 고교를 다니다 통학버스비 8천원만 들고 상경 했다. 87년 명동의 중국음식점을 시작으로 「옥(屋) 누(樓) 각(閣) 정(亭)」을 돌아 다니기 10년째다. 하루 15시간씩 일하며 국수 빼는 「면장(麵長)」, 칼질 전문인 「 칼판」, 그릇 닦는 「싸완」 모두에 정통해 있다. 업계의 소식에 밝은 두 사람은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상대의 신상을 훤히 꿰뚫는 다. 조씨는 최씨가 다음달 일산 화정역 근처에 중국음식점 「화정」을 개업한다는 소식을 알고 축하했다. 최씨는 『조씨가 같은 구역에서 개업,서로 경쟁하는 일은 없 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