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 지하보도와 육교를 설치하자」 「차량이 정체되 면 입체교차로를 만들어야 한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방안이 꼭 옳지만은 않다. 도로구조나 교 차로간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입체시설을 설치해 오히려 부작용을 불 러오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도로공학적 검토를 사전에 철저히 하면 소규모 투자 로 문제를 해소하고 도로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쉽게 찾아 낼 수 있 다. 지금 건설교통부가 병목지점 해소를 위해 전국의 수십개 교차지점을 선정, 입체고 가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를 한번 점검해 보자. 청원군 북일면 학 평사거리에 길이 1백20m 폭 14.5m의 4차로 입체고가도로 설치공사가 계획됐다. 그러 나 현장조사를 하고 설계도면을 검토해 보면 계획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 다. 우선 학평사거리는 95년 좌회전차로를 설치하고 신호체계를 바꾼 이후 차량정체가 해소돼 인근의 다른 교차로보다 소통이 원활해진 상태다. 또 입체시설이 설치된다 해도 전후방의 주성전문대 입구 사거리와 신기 삼거리에 평면신호교차로가 있어 입 체교차 기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인접교차로의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질 우려마저 있다. 더구나 도로구조가 차량이 내려왔다가 올라가고 다시 내려가는 「낙타등」 모 양으로 바뀌기 때문에 주행의 쾌적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의 위험마저 높 아진다. 또 공사비가 1백억원으로 엄청나다. 원활한 교통소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교통안 전에 역효과를 가져올 우려마저 높은데다 도시미관까지 해치게 될 우려가 높다. 또 2년이상의 공사기간 동안 4차로가 2차로로 줄어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한다. 따라서 학평사거리 입체교차도로 사업은 백지화해야 마땅하다. 실제로 북일면 주민들은 지역발전에 장애가 된다며 고가도로 건설을 적극 반대, 사업추진에 어려 움도 많은 실정이다. 한편 한 곳의 병목현상 해소에 1백억원씩 투자하는 것도 투자효율상 문제가 있다. 충북의 경우 사망사고중 60∼70%가 일반국도에서 발생한다. 이 비용을 교통사고가 많은 국도나 병목지점을 개선하는데 돌린다면 1백군데 이상이 그 혜택을 받게 된다. 충북 한 곳만 해도 이러하니 정부가 추진하는 다른 병목현상 지역도 다시 한번 세 밀히 따져 볼 필요는 없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