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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스페인어 교육 활성화 필요

입력 | 1996-10-18 22:13:00


스페인어는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와 함께 유엔 6대 공용어다. 스 페인과 중남미 주요 20개국 중 19개국이 사용하고 세계 3억5천만 인구가 쓰는 국제 어다. 특히 멕시코에서 칠레에 이르는 중남미는 아직도 엄청난 천연자원을 보유한 꿈과 미래의 거대한 대륙이다. 우리에게는 투자와 교역을 위한 새로운 전략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9월 중남미 9개국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10월에는 중남미 문화 종주국인 스페 인의 국왕과 6.25 당시 군대를 파견했던 콜롬비아의 대통령이 방한한다. 11월에도 멕시코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스페인어권 국가들과의 교류가 이처럼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나 국내의 스페인어 보급현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전국 2천4백여 고교의 제2외국어 실태를 보면 일본어(43%) 독일어(29.4%) 프랑스 어(20%)가 92.4%로 대종을 이룬다. 중국어(6%) 스페인어(1.4%) 러시아어(0.2%)는 아 예 관심밖이다. 이는 장기적 안목의 합리적인 외국어 정책이 크게 결여돼 있음을 단 적으로 보여준다. 부산 대구 강원 충남 전북 경북 제주 등 7개 시도에는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고교 가 아예 없으며 전국 14개 외국어고 중 10개교가 개설조차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구 미 선진국이나 이웃 일본 중국의 스페인어 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물론 교육 청과 학교당국도 나름대로 사정은 있겠지만 적극적인 개선의지가 절실하다.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국의 1백60여개 4년제대학 중 한국외국어대를 비롯 한 13개 대학만 스페인어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국립종합대로는 서울대 전북대 뿐이 다. 스페인 멕시코 미국 등지에서 장기간 공부하고 돌아온 60여명의 학위소지자들 역시 대부분 준실업자로 전국을 떠도는 「보따리장수」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무부는 이미 중남미국 신설을 확정했다. 교육부도 스페인어학과 개설을 희망하는 주요 대학들에 정책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스페인과 중남미 국가의 교과서에 우리 역사와 문화가 왜곡 기술돼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현실도 우리의 파행적인 제2외국어 교육과 관련이 깊 다. 지구촌 시대에 앞서가기 위해서 정부는 고교 제2외국어 교육의 황폐화부터 막아 야 한다. 스페인어를 포함한 제2외국어 과목의 대입 수능고사 포함도 하나의 방안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