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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경제해법의 큰 걸음

입력 | 1996-10-20 20:24:00


경제의 위기감이 팽배하면서 정부와 경제계 모두가 그 원인 구명과 대책강구에 부 심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 10%의 경쟁력 강화를 정부에 지시하고 기 업을 독려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정부 관련 부처는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대책 안을 제시하고, 경제계는 나름대로 실천주체의 입장에서 실행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경제상황이 국제수지의 문제가 됐든, 물가의 문제가 됐든, 생산성 의 문제가 됐든 경기적인 것이냐, 구조적인 것이냐에 대한 분간부터 해야 한다. 이 후에 단기적 대증요법을 쓸지, 장기정책을 강구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 다. 위기감이나 긴박감에 사로잡혔을 때 자칫하면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수단들을 모 두 동원해서 꿰맞추기에 급급하기 쉽다. 개인도 일상생활에서 그러려니와 정부나 기 업도 정책적 사회적으로 어떠한 문제에 대처할 때 그러한 경향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만약 경제문제에 대한 당국의 정책과 경제계의 대응책에서 이러한 경향이 반 복 누적된다면 국민경제는 장기적으론 구조적인 취약성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 분명 하다. 경제정책은 시행과정에서 정책목표 사이에 상반효과를 나타내는 상충관계(트레이 드 오프)가 있을 수 있다. 전형적인 예로 경제성장과 안정 조건사이의 관계를 들 수 있다.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재정금융면에서 팽창정책을 적용해 자금공급을 증 가시키면 성장효과는 있으나 유동성이 팽창돼 물가불안을 가져온다. 반면 안정기조 를 유지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쓰면 물가 안정효과는 있으나 경제 성장은 위축된다. 유명한 필립스 곡선에 의해서 설명되는 물가와 고용의 관계도 그러한 상충현상이 발 생하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이 이론은 여건이 다른 여러나라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고, 특히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보편화하면서 그 적용의 문 제에 많은 논란이 있다. 교과서적인 얘기가 돼 버렸는데 어쨌든 어떠한 주류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나타나 는 역작용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주요정책을 교체적으로 적용하는 정책순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순환이 이루어진다 해서 주류정책이나 구조정책이 포기 돼서는 안된다. 한국의 경제정책사를 돌이켜 보면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후 이제까지 전 반기에는 대체로 장기적 구조정책에 중점이 두어졌던 느낌이 있고, 후반기에는 국면 타개적 단기정책이 빈번했던 느낌도 없지 않다. 오늘의 경제상황을 난국이라 한다면 물론 그 원인이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와 경기순환 등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적인 문제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정책당국이나 경제계가 경제난국을 타개하는데 있어 일시적 정책이나 대책 방편을 동원하는 작은 걸음에 앞서 장기적 구조적 사고를 가지고 진정한 경쟁력 강화와 경 제체질 강화책을 내놓는 것이 난국타개의 큰 걸음이 될 것이다. 정부와 경제계의 지혜는 궁여지책이 아닌 본질적 정책을 제시하고 일시적 수단과 방편보다는 본격적 수단과 방편의 동원과 적용에 모아져야 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 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인 근로자 그리고 국민 모두가 권리 권한 이익상의 지분을 일 부씩 내놓고 이를 모아 경제발전 그리고 국가발전을 이룩해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