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정치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예외없이 쿠데타설이 나돌았다. 그때마다 세계인들은 비상한 관심을 쏟게 마련이다. 젊은 장군 출신으로 러시아 국민에게 차기 대통령감으로 급부상한 레베드가 전격 해임됐다는 소식이다. 옐친정부의 안보회의서기로 임명된지 몇달도 되지 않았는데 권력의 누수를 틈타 쿠데타를 기도했다는 얘기다. 보도대로 그가 수도권에 5만명의 특별부대를 편성해 자기 지휘하에 두려했다면 분명 쿠데타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아 도 무방하겠다. 안보회의 서기가 손에 총칼을 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다. 달리 선의의 의도가 있었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크다. 과연 모스크바에서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는가. 우선 러시아 역사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무너뜨린 예는 없었다. 지난 91년 8월 내무 국방 국가보안위원회(KGB)위원장 등 7인위원회가 시도했던 쿠데타 기도도 나흘만에 수포로 돌아갔었다. 쿠데타를 일으키려면 모스크바와 그 주변에 있는 충정부대들의 동원없이는 불가능 하다. 우랄 시베리아 카프카스 극동 등에 아무리 많은 부대를 가지고 있어도 무용지 물이다. 모스크바의 충정부대들은 소속이 다른 여러 부대로 구성돼 있다. 모스크바 교외 한시간 거리에 있는 타만스키사단과 칸치미로브스키사단은 국방부 소속으로 모 스크바 군관구사령관 휘하에 있다. 툴라 랴잔 이바노바 등 모스크바에서 3∼4시간 거리에는 공수특전사령관이 지휘하는 여단과 사단이 있다. 모스크바 시내 북쪽의 줴 르진스키사단은 훈련 장비면에서 최정예인 내무부 사단이다. 모스크바 시내에 거미 망을 치고 민생치안에 투입된 경찰력은 세계 어느 나라 경찰보다 잘 훈련돼 있다. 또 연방보안부도 사냥개 같이 훈련된 고도 수준의 테러진압 알파특공대를 보유, 유 사시에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모든 부대들은 모두 지휘계통이 다르다. 독자적인 정보조직을 가진 국방 내무 보안부장관과 경호실장 국경수비대장이 상호 견제한다. 구조적으로 러시아에서는 쿠 데타를 기도하기 어렵다. 일으킨다 해도 도중에 지리멸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쿠데타가 성공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성숙한 민주시민의식 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 10년간 개혁 개방의 험난한 길을 걸어오면서 꾸준히 가꿔온 민주시민의식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을 몰아내게 두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쿠데타가 없으리라는 확신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