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는 과학이다」. 스키선수나 마니아를 제외하고 이 말 뜻을 정확히 이해하는 스키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플레이트는 그저 미끄러지기 위한 판, 부츠는 발목을 보호하는 장비. 일반적인 스키어들의 스키에 대한 이해는 이 정도다. 그렇다고해서 즐기는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내가 신고 있는 스키장비에 접목된 첨단 과 학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한차원 높은 스키잉의 세계에 들어가 지금까지는 경험하 지 못했던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된다. 올 스키시즌부터는 「알고 타는 스키」로 스 키의 참맛을 만끽해 보자. 「趙誠夏기자」 「혁명이냐, 아니면 한순간 유행이냐」. 96∼97 시즌 개막을 앞둔 요즘 전세계 스키계는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느라 고 심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질문은 올시즌부터 스키어들에게 공급될 새로운 개념의 「카빙(Carving)스키」 때문에 제기됐다. 카빙스키란 플레이트의 사이드컷을 깊게 파내 힘 들이지 않고 쉽게 회전할 수 있 도록 만든 것(그림 참조). 설계의 초점은 고급 스키어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카빙기 술을 초보자라도 이 카빙스키 플레이트만 붙이면 구사할 수 있도록 한 데 있다. 카빙이란 설면을 칼로 잘라내듯 플레이트를 모로 세워 에지만으로 회전호를 그리 는 기술. 카빙기술을 구사한 설면을 보면 회전호의 궤도상에 플레이트로 눈을 밀어 낸 흔적이 전혀 없고 대신 에징에 의해 날카롭게 파인 라인 두개만이 철도레일처럼 남게 된다. 카빙은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회전하기 위한 고전적인 기술로 상당한 수준의 스키어들에게만 가능하다. 그러나 카빙스키를 탈 경우에는 초보자들도 쉽게 이 기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비기너 골퍼가 인도어 연습장에서 몇개월씩 연습하 지 않고도 언제나 정확한 샷을 날릴 수 있는 골프클럽이 있다면 거기에 비유할 만한 정도로 스키잉에서는 혁신적인 것이다. 때문에 이것을 스키의 혁명으로 보고 앞으 로 모든 스키가 카빙스키로 대체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카빙스키가 첫선을 보인 것은 4년전. 스키플레이트제작사 엘란의 「SCX 파라볼릭 」이 그 혁명의 문을 열었다. 그후 모든 업체가 관심을 갖고 카빙스키 개발에 나서 3년전부터 시제품이 나왔고 그동안 전세계의 데먼스트레이션(시범) 스키어를 통해 테스트받았다. 그러다 올해초 일본에서 열린 세계인터스키대회(스키 데먼스트레이터들만 참가하는 대회)에서 스 키의 본고장인 스위스팀이 전원 카빙스키를 타면서부터 96∼97시즌이 카빙스키의 원 년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