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프로야구가 해태의 통산 여덟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팀순위의 지각변동, 개인기록의 풍년으로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올시즌은 심판판정 등을 둘러싼 잡음 또한 끊이지 않았다. 이변과 기록속에 마무리된 올시즌 결산과 함께 내년 시즌의 전망을 세차례에 걸쳐 싣는다. 「洪淳剛기자」 각종 시험에서 일부러 정답을 피해가며 0점을 맞기도 어려운 일. 그러나 올 시즌 프로야구는 내로라하는 야구전문가들의 판도예상이 한결같이 빗나갔다. 롯데 OB LG 「빅3」의 뒤를 삼성 한화가 잇고 현대 해태 쌍방울은 「바닥」이라는 것이 시즌개막전 이들의 일치된 전망. 하지만 이를 비웃듯 해태 현대 쌍방울 한화가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빅3」은 중하위권으로 처졌다. 지난해 우승팀 OB의 꼴찌 추락은 선수 부상이 가장 큰 원인. 시즌내내 부상 선수가 속출, 「이동 응급실」로 전락하는 바람에 팀분위기가 가라앉아 전년도 챔피언의 저력을 살리지 못했다. LG는 시즌도중 사령탑이 바뀌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선발투수의 노령화, 중간계투요원의 불안이라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OB와 꼴찌다툼을 벌였다. 양준혁 이승엽 등이 불방망이를 휘두른 삼성은 시즌전 지휘봉을 잡은 백인천감독과 선수간의 고질적인 불화가 불거져 나온 것이 상위권 진입 실패의 원인. 가장 짜임새 있는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는 믿었던 박동희와 「5억신인」 차명주가 부진, 주형광의 다승왕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들며 4위 현대에 무려 9.5경기차로 뒤지면서 5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한화는 구대성 송진우 정민철의 눈부신 투구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도약에 성공했고 주연배우 한명없이 버틴 쌍방울은 조연과 단역들이 합심,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이변을 연출해냈다. 「명선수 출신은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속설을 무너뜨린 김재박의 현대는 박재홍의 「화려한 1인극」과 젊은 감독의 「감각야구」를 선보이며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창단이후 최약체라는 진단을 받았던 해태도 뚝심과 팀워크로 버텨 결국 국내 제1구단의 명예를 되찾았다. 팀순위의 지각변동속에 스타들의 기록잔치 또한 볼만했다. 박재홍이 「30―30」클럽의 문을 열며 「스타탄생」의 주인공이 됐고 구대성은 다승 방어율 구원 승률 등 투수부문 4관왕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해태 이강철의 8년 연속 두자리 승수, 롯데 윤학길의 1백경기 완투승, OB 김형석의 8년 연속 세자리 안타 또한 올 시즌 배출된 금싸라기같은 기록. 감독으로서는 해태 김응룡감독이 가장 먼저 대망의 9백승 고지에 오르며 최고의 승부사로서의 자존심을 굳게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