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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현장]독일 미술가 보이스展

입력 | 1996-10-24 20:22:00


「洪찬식기자」 독일의 현대미술가 요셉 보이스(1921∼86)가 타계한지 올해로 꼭 10년.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 가운데 한사람인 그의 전시회가 서울 소격동 국제화랑(02―735―8449)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애호가들에게 요셉 보이스는 매우 낯익은 이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의 작품을 직접 대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지난 87년 서울 원화랑에서 드로잉과 오브제작업을 모은 개인전이 있었을 뿐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업은 피아노를 이용한 설치조각.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그랜드피아노를 중심으로 세 방향으로 커다란 동판이 놓여있을 뿐이다.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판위에는 동물성 지방덩어리가 묻어있고 피아노의 바퀴아래에는 두꺼운 헝겊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피아노는 요셉 보이스가 78년이후 행위예술을 공연할 때 사용했던 악기로 직접 건반을 두드려 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방덩어리는 실내 온도에 따라 굳거나 액체상태가 되는 「가변성」을 강조하기 위해, 동판은 열전도율이 뛰어난 금속재료로서 에너지의 이동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피아노는 실내에 그대로 놓여질 수도 있고 음악을 들려줄 수도 있는 가변성 물건이다. 요셉 보이스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이라고 보았으며 이 설치조각에는 이같은 철학이 반영돼 있다. 피아노 바퀴아래에 있는 천은 크리미아반도에 거주하는 타타르사람들이 민간요법으로 사용하는 펠트. 요셉 보이스는 2차대전때 참전했다가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큰 부상을 했는데 당시 타타르인들이 다친 부위에 지방덩어리를 녹여 칠하고 그위에 이 천을 감아주는 바람에 살 수 있었다는 것. 전쟁의 죄악과 상처의 치유, 생명의 순환 등을 상징하고 있다. 「자연의 요새」라는 설치작업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탈리아어로 「자연의 요새」를 뜻하는 「Difesa Della Natura」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책상위에 향신료 포도주 등 자연에서 생산된 물건들을 병에 넣어놓았다.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나타낸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