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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현장]연극 「담배 피우는 여자」…주부관객들 공감

입력 | 1996-10-24 20:22:00


「金順德기자」 TV드라마 「애인」속의 황신혜처럼 멋진 전문직 여성도 아니다. 하루 종일 집안에 갇혀 식구들 식사준비 빨래 청소…. 지하철 순환선을 타고 빙빙 도는 듯한 평범한 주부의 일상이 숨김없이 그려진다. 모노드라마 「담배피우는 여자」(김형경 원작 임영웅 연출)가 공연되고 있는 서울 서교동 산울림소극장. 이 연극에서 배우 손숙씨는 객석을 가득 메운 여성관객들에게 「옆집 여자」가 왜 담배를 피웠는지 그 사연을 들려준다. 그의 손에서도 끊임없이 담배가 타고 있다. 『때로는 담배 한대로 위안이 되는 일도 있지요…. 담배를 피우면 외로움 배고픔 모든 긴장이 이완되고 갈등이 풀려나가거든요』 처녀 때부터 흡연습관이 있었던 「옆집 여자」는 결혼 첫날밤 담배피우다 신랑에게 들키자 무조건 『잘못했다』고 빈다. 아이를 낳고도 담배를 끊지 못해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던 「옆집 여자」는 「나」의 양해아래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옆집 여자」와 「나」, 그리고 주부관객들의 일상은 다를 게 없다. 『남편은 얼큰한 찌개, 딸애는 덜 매운 찌개를 좋아하죠. 저요? 저야 아무래도 상관없어요…』하는 대사끝에는 객석에서 『우리야 식구들이 먹다 남은 것 먹는거지 뭐』하는 한숨소리가 들려오고 『섹스요? 그건 잊어버린지 오래예요. 어쩌다 남편이 요구하면 수동적으로…』하는 대목에서는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흐른다. 담배는 고립된 섬에 갇힌 듯한 삶속에서 「옆집 여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탈행위요, 존재확인이었다. 그에게는 「애인」을 만들 능력도 없고 답답한 일상을 깰 만한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대충 마무리한 뒤 「정사후의 담배맛」이라는 외국곡을 들으며 『행복하다』고 말했던 「옆집 여자」는 아내의 흡연을 끝내 이해하지 못하고 책망하는 남편을 피하다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는다. 손숙씨가 『서로 이해하는 것은 왜 불가능한가…. 부부사이의 무관심은 폭력이나 다름없다』고 절규할 때는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1시간반에 걸친 연극이 끝나고 손씨가 『담배피우고 싶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을 객석에 던지면 은근한 공감의 웃음소리가 퍼져나온다. 12월29일까지 화수목 오후 7시반(화 오후3시 공연있음) 금토 공휴일 오후4시 7시반 일요일 오후3시 개막. 02―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