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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생각하며]문화가 살아 숨쉬려면

입력 | 1996-10-24 20:22:00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날씨 맑고 하늘 높은 가운데 갖가지 문화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금년 문화의 달 캐치프레이즈는 「문화가 미래를 창조합니다」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가무와 예기를 즐기고 학문을 숭상하여 우수한 문화권을 이루었다. 이런 전통은 오늘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화는 지나간 과거를 소중히 하는 것도 좋지만 과거에만 집착해서는 안될 것이다. 문화는 끊임없이 흐른다. 과거 전통문화의 정신과 맥은 잘 이어가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인색하다면 그 나라 문화는 고루해져 생동감을 잃게 된다. 오늘날 우리 문화는 어떤 모양일까. 전통문화를 중시하는 시각에서 보면 우리 사회는 급격한 외래문화의 유입으로 문화의 정체성이 우려될 정도라고 한다. 또 현대문화의 시각에서 보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문화인프라나 예술단체의 수준으로 보아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미달되어 있다고 한다. 두 가지 견해 모두 일리가 있다. 우리는 5천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민족인 만큼 문화유산의 보존이나 전통문화의 전승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대해 매우 인색하다. 문화유산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문화재관리나 박물관 건립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크게 부족하다. 눈앞의 경제적 개발에는 민감하지만 국가 백년대계의 민족 전통문화를 확립하는데는 수백년을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현대문화에 있어서도 문제는 여전하다. 문화는 기본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적 수준의 예술을 육성하려면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문화시설 하나를 짓더라도 1백년 후의 후손이 볼 때 「아, 우리조상들이 정말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있었구나」라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지가 국민들 사이에 형성되었을 때 러시아의 볼쇼이 발레나 영국의 로열 발레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예술이 꽃피워질 것이다. 우리 민족은 문화민족이라는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문화민족이 되려면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양 측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낙동강 철새가 밥먹여 주나, 아니면 국보1호 남대문이 집 마련해 주나 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될 때가 되었다. 문화는 단순히 소비적이거나 오락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생활 패턴을 변화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 나아가서 문화는 창의성을 함양하여 생산성과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다. 문화는 생산의 제5요소로 규정되고 있다. 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