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기량과 미모로 세계 테니스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가브리엘라 사바티니(26·아르헨티나)가 은퇴를 발표하고 코트를 떠났다. 사바티니는 25일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이 순간부터 완전히 코트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아버지 오스발도와 어머니 베아트리츠가 배석한 가운데 하얀 드레스를 입고 회견장에 나온 사바티니는 『테니스가 인생의 유일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팬들은 테니스는 아니지만 다른 것들을 통해 나를 계속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모델 등 은퇴후에도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지난 84년 14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사바티니는 6개월후 프랑스오픈 4강에 오르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후 그는 항상 정상 주변을 맴도는데 그쳤다. 선수생활 초반에는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와 크리스 에버트(이상 미국), 후반에는 슈테피 그라프(독일)와 모니카 셀레스(미국) 등 대형선수들의 벽에 가려 번번이 주저앉았던 것. 그럼에도 90년 US오픈 결승에서 그라프를 꺾고 처음이자 마지막 그랜드슬램타이틀을 따낸 것을 비롯해 모두 27회의 단식 우승을 기록했으며 88서울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13년 선수생활동안 그는 6백32승 1백89패를 기록했으며 총상금액은 8백76만6천달러(약 70억원). 사바티니는 뛰어난 미모로 향수광고, TV 드라마에도 출연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노래연습에 몰두해 가수 데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